물론 개인적인 기준이지만, 조용하고 잔잔한 조명이 낮게 깔린 야경보다는 높은 마천루에 새벽까지 화려하게 반짝이는 상해의 야경이 나에게는 더 와닿는다. 시골보다는 도시의 삶이 익숙한, 아니 편한 나에게 상하이는 아주 매력적인 여행지였다. 인터넷이 끊긴다? 옆에 시가지가 없다? 편의점이나 마트가 인근에 없다? 밤에 돌아다닐 수 없다? 나에게는 견디기 힘든 조건이다.
혹자는 그렇게 말할 수 있지. "어차피 그 곳의 문화유산이나 고궁같은 것을 구경 할 것 아니고 도시에 여행갈 거라면 어차피 서울에 있는것과 진배없지 않나. 오히려 가는데 시간이 들고 말도 안 통하고 준비할 것만 많아지고 도시로 여행갈 거라면 한국에 그대로 있겠다." 라고. 실제로 이렇게 생각하는 친구가 주변에 꽤 있다.
해외여행을 간다는 것에 목적은 무엇일까? 각 나라별로 있는 고유한 특징을 보고 그 자체로 즐기기도 하고, 그것에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 나를 나쁘게든 좋게든 변화시키는 기폭제로 쓸 수 있다. 한 나라의 문화와 정체성을 느끼는 것에 꼭 유적 같은 오래된 것을 보는 것이 필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역사가 아주 짧은 나라이지만(원주민의 삶을 파괴하고 얻은 짧은 역사이지만) 100여년간 쌓아놓은 눈부신 발전과 주(state)마다 느껴지는 고유의 문화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해외여행지라고 생각한다. 해외여행을 갈 때 목적지가 도시라고 해도 나라별로 건물의 대중적 디자인, 자연에 있는 식생의 차이, 지형과 어우러져 배치된 도시경관을 보면 굳이 나와 다른 인종을 본다고 해서, 외국어가 많이 들린다고 해서만 이국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우리나라도 어차피 이제 단일민족 국가에서 다인종 국가로 가는 국면에 처해있지 않은가).
상하이는 출발하기 전부터 깨나 기대가되는 여행지였다. 해외여행을 가면 그 나라의 복식을 한 번 체험하고 싶어하는데 중국은 그런쪽으로 관광이 최근에 활성되어서 나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것이 바로 왕홍체험.
왕홍이란 우리나라에서의 셀럽(celebrity), 인플루언서처럼 인터넷상에서 유명한 크리에이터나 인물들을 일컫는다. 틱톡이나 도우인같은 플랫폼에서 춤추는 왕홍들이 하는 코쉐딩 빡, 눈가는 빨갛고, 눈밑은 밑트임 메이크업, 속눈썹도 깜빡이면 바람이 불듯한 화려한 것으로 하는 특징적인 메이크업이 "왕홍메이크업" 또는 "도우인메이크업"이란 단어로 확립됐다. 아무래도 비포 애프터가 확연히 다르다보니 사람들이 혹할수밖에.
우리나라에서 청담샵 같은 곳에서 헤메(헤어,메이크업)를 받으면 원장님 아닌 그냥 직원한테 받고 데일리메이크업이라 하더라도 20만원정도는 들 텐데 상하이에서는 헤어, 메이크업, 복장, 촬영까지 1인에 10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중국 고대 선녀체험을 할 수 있다. 그리고 평소에는 하지 않던 메이크업으로 새모습으로 변신하는 마치 두근두근 매지컬 마법소녀가 되는 느낌까지. 웨딩촬영에서 느끼는 여러 부담은 내려놓으면서, 반사판, 플래쉬 성형메이크업, 그리고 포토샵으로 다져진 엄마아빠도 못알아볼 나로 탈바꿈 하는 체험이 어찌 뭇여성들의 시선을 뺏지 않을쏘냐.
이렇게 장황하게 늘어놓았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왕홍체험을 하지 못했다. 이유는 단순히 "패키지로 여행갔기 때문"이다. 패키지의 폐혜에 대해서는 앞에 기술했기 때문에 더이상은 생략하도록 하겠다.
하지만 패키지 코스에 저녁의 예원이 있었고, 가기 전에 티엔즈팡에 간 덕분에 왕홍 헤메코를 받을순 없을지언정 옷을 사서 촬영은 할 수 있었다. 촬영기사는 같이 여행간 친구 S.
예원은 예뻤지만 상당부분 상업화 돼 있었고, 사람들도 너무 많아서 딱 사람들이 원할만한 사진 찍기가 여간 어려운것이 아니었다. 왕홍체험한 사람들의 사진을 보면 뒤에 사람들은 포토샵으로 삭제해줬다고 한다. 평일에 갔는데도 이렇게 많다니 역시 요즘 제일 인기많은 관광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사진을 찍어봤다. 옆에 "진짜"들이 지나다녀서 다소 비교되는 감이 있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왕홍체험만을 위해서 상해여행을 다시 간다면 조금 바보같아 보일수도 있지만 주변에 가고싶다는 친구들이 많으므로 또 가도 된다. 예원왕홍체험 말고도 진짜 그냥 중국 도우인메이크업으로 일반 화보도 가성비 있게 즐길 수 있다니 다음을 기약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