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포티를 향한 따가운 시선

by 깐나

영포티를 향한 따가운 시선


우리나라 사람들이 동안에 열광하게 된 것은 대체 언제부터일까? 내가 기억 하는 바로는 2000년대 초반 웰빙 열풍이 돌고서부터이다. 그 전까지는 그냥 돈을 많이 벌고 잘 쓰고 잘먹는 것을 부와 행복의 척도로 봤다한다면 그 때부터는 well-being, 속(건강, 이너피스)부터 바깥(외모, 행복)까지 모든 것을 아우르는 잘 살기가 사람들의 관심사가 된 것. 그 때부터 동안 열풍도 함께 불기 시작했다. 동안 아줌마라느니 뭐라느니 그전까지는 그저 예쁘기만 하면 됐는데 이제 어려보이기까지 해야 한다니 참 살기 팍팍한 나라이다. 안 그래도 동양인은 서양에가서 보면 어려보이는 외견인데 말이다.



방금 언급한 동안에서 더 나아가 요즘에 들어서는 영포티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보인다. Young forty, 젊어보이는 40대, 혹은 젊은 감각을 유지하는 40대를 말한다. 예전 같으면 피터팬 증후군이라고 증상으로 나쁘게 말했다면 요즘은 이렇게 좋게 표현을 해준다. 하지만 실제로 인터넷상에서 영포티는 비꼼의 대상이 돼버리고 말았다. 왜 그렇게 돼버린 걸까?



일단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영포티는 남성과 여성이 상반되어 이미지화 되는데, 남성의 경우 스냅백에 스투시 티를 입고 아이폰 오렌지색을 쓰고 온갖 메이저 브랜드의 메신저백을 메고 있는 자기가 아직 젊어 보여서 20대 여성에게 먹힌다고 착각하고 20대~30대 초반 여성에게 추파를 던지는 남자를 말한다. 동안 호소인이 따로 없다.

그리고 여자의 경우 그냥 일반 오피스룩과 목에 방도를 차고 명품시계 목걸이 등을 차고 있는 사람을 말하는데, 솔직히 여자 영포티는 그냥 평범한 40대 직장인 여성의 이미지가 아닌가? 전혀 비꼴 포인트가 없다. 차라리 양갈래머리를 하고 인터넷에서 보이는 진한 눈화장을 하고 크롭티를 입고 하이힐을 사랑하고 쿠로미와 디즈니를 아직 사랑하며 발레코어, 그밖의 ㅇㅇ코어들 옷을 입고 보정을 팍팍한 사진을 자신으로 믿고 젊은 남성만 만나려는 여성들(흔치는 않지만 가끔 있긴 하다)을 비꼬는 단어로 쓴다면 이해가 간다만. 일부 남성 영포티들이 설치고 다니니 가만히 있던 40대 직장 여성들까지 함께 머리채를 잡혀버리고 말았다.



그렇다면 영포티가 아닌 일반 포티는 어떤 사람들일까. 옛날과는 다르게 사람의 수명이 100세까지 늘어나 버렸고, 매스미디어의 발전 및 sns의 보급으로 인해 알게 되는 것이 많아져서 나이에 따른 기대되는 모습이라든지 책임과 역할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아직 마음은 20대에 머물러 있고 30대 때보단 경제적 여유가 생겨서 여유롭게 보낼 수는 있지만, 아직 노는 것도 재밌는데 유행하는 장소에 가면 괜스레 젊은 친구들 있는 곳에 내가 잘못 온 것 같아서 위축되고, 잘 움직이지도 않고 삐그덕대는 노화된 몸은 받아들이기도 힘든 상태에서 자기 자신의 인생에 대한 책임도 못 질 것 같은데 나이만 40살을 먹어 중년이 되어버리다니 사실 포티의 입장에서도 날벼락이 아닌가 싶다. 물론 재정적 여유의 관점에선 서티보다는 낫겠지만. 서티의 입장에서 감히 한마디 해보자면 나야말로 아직 응애 같은데 벼락 30살이 돼버려서 충격을 받은 상태이다. 아직 직장에서 큰 기반을 다지지도 못했고 인생의 목표만 있지 목표에 근접하기는 턱없이 모자라고 재정적 여유는 당연히 없고 주변에서 성공궤도에 오르거나 주식이나 코인으로 대박 난 친구들 혹은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는 주변인들을 보면서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결국 아직 결혼 안 한 친구들끼리 만나서 술이나 마시고 시시덕거리고 말아버린다. 우리는 그 어느 때도 주변인의 상태에 머무르는 세대를 살고 있다.

왜 20대만이 트렌디한 유행문화를 독차지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걸까. 아직 재밌게 놀고싶고 정신적으로는 중년이 아닌 이들도 즐기면 안되는 것일까? 물론 내 나이 몇으로 보이냐는 숏츠(20대로 보인다고 생각해서)가 유행했던건 공감성수치를 불러일으키지만 서로 간섭이 이뤄지지 않는 선에서 향유문화를 공유를 하는 것은 어떨까. 그러면 20대랑 도매금으로 취급받고싶어 안달 난 영포티의 수가 급감하지 않을까?



예전세대(60~70년대생)에 비해 그 이후 세대가 영양적으로나, 관리 측면에서나 조금 더 좋은 혜택을 받게 되어 조금 더 젊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내”가 “남보다 더” 어려 보인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 함께 상향 평준화가 된 것일 뿐. 내가 5살 어려 보이면 옆에 내 친구도 5살 어려 보인다. 결국 내가 지금 같이하는 세대들에 비해 동안이기는 쉽지 않다는 뜻이다. 혹여나 민증검사를 아직 한다고 해서 내가 10대로 보인다는 착각은 결코 해선 안 될 일(20대 중반까지 제외)이다. 큰일 날 소리를!

우리가 이제부터 취해야 하는 스탠스는 다음과 같다. 10대, 20대가 쓰는 유행어나 밈을 모르는 자신에 대해 슬프다고 틀딱이라고 스스로 비하하고, 그들이 쓰는 단어를 먼저 얼리어댑트 했다는 사실에 벅차올라서 바로 무지성으로 남용하는 것이 아니라(이렇게 어린이들이 쓰는 단어를 따라 하고 싶어서 안달복달한 시점에서 오히려 늙은이 냄새가 난다), 그냥 “아 그들은 이런 단어를 쓰는구나~” 하고 팩트 자체로 넘길 수 있는 위트가 필요하다. 반대로 20대들이 40대가 쓰는 말을 안 쓰듯이 그냥 자연스럽게 생각하면 된다. 다름을 인정할 수 있어야한다. 우린 아직 영맨이고 그 자체로 멋진 존재이다. 영양제 잘 챙겨 먹고 근력운동하고 관절이나 잘 간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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