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J란 이런것이다
더 뇌리에 날카롭게 기억되는 해외여행지도 많지만 가장 최근에 간 여행지가 태국이기 때문에, 15년 베프와 함께 오랜만에 다녀온 해외여행이기에 먼저 써보려 한다.
방콕 여행은 2번째였는데 그 전에는 패키지로 다녀왔기 때문에 이번엔 자유여행으로 추진했다. 내 여행스타일은 감성을 즐기고 사진도 인스타에 올릴(한달에 1번정도 피드) 것을 건질 때까지 찍어야 하며(대부분 그냥 타협해서 보정이나 크롭으로 때우긴 한다) 계획한 동선이 꼬여서는 안 되는 대신 핫플을 무조건 다 가야되는 것은 아닌 장점이 있으면서도, 완벽하게 딱 짜놓은 내 스케쥴에 같이 간 친구가 그대로 따라줘야하는(하지만 플랜 D까지 만들어 놓는다) 다소 피곤한 스타일이다.
하지만 계획 짜는 파워J가 더 힘들고 노력 많이 하니까 그대로 따라주도록 P들! 특히 늦잠 자지 마라.
무사안일주의, 안전제일주의인 나인데도 최근 지진이 일어났음에도 태국여행을 감행한 이유는 이제 더 이상 해외여행을 자유롭게 갈 수 없는 여건이 된 것도 한 몫을 했거니와, 친구 A와의 거의 13년만의 해외여행인 점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일단 A가 태국여행을 한 번도 안 가서 가보고 싶다나. 우주의 먼지 파편인 것 마냥 전세계 이곳저곳을 부유하던 내 친구 A가 가깝디 가까운 태국을 오히려 가본 적이 없다니, 그 해외를 나와 첫 번째로 경험하게 된다니 입맛이 싹 도는 부분이었다.
태국은 한국인들이 많이가는 동남아 3대장(필리핀, 베트남, 태국) 중 가장 물가가 높은 곳이다. 내가 7년전쯤 갔을 때보다는 확실히 높아진 듯 하다. 사실 그래봤자 우리나라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라 이왕 해외여행 간 김에 좋은 곳에서 보내고 싶었으나, 놀랍게도 내 친구는 나보다도 더한 자린고비에 가까운 사람이었기에 서로 타협을 해서 숙소, 동선 등을 잡았다.
1박에 3만원이 아닌 1박 10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이는 것에 친구는 동의를 해주다니, 날 사랑하는것에 틀림없다. 몽골여행을 가서도 엄청난 일교차로 얼어 죽을 것 같은 상황에도 게르를 선택하지 않고 노숙을 선택하다가 같이 간 여행동지들과의 다수결 싸움에서 져버려서(1:5였나) 겨우 난방장치가 있는 게르로 옮겼던 A였는데, 고작 태국여행 숙소에 1박에 거금 10만원을 투자해주다니. 엄청난 쾌거였다.
물론 나였다면 무지성으로 30만원 정도 숙소를 잡았겠지. 친구랑 가면 반값이니까! 평소에는 굉장히 절약하는 나였지만 유독 여행 숙소에만큼은 그다지 아끼지 않고 쓰는 편이다. 방콕에서 10만원 짜리 숙소, 아쉬우면서도 감격스러운 결과다. 인간관계는 늘 서로의 배려와 타협으로 이어지니까 더욱 값지고 아름답지 않은가.
계획을 열심히 잡는 사람들이 누구나 그렇듯이 아큐웨더에서 날씨를 실시간으로 계속 확인했다. 날씨에 따라 동선도 달라지고 해야할 액티비티도 달라지고 날짜도 바꾸고 숙소도 업그레이드 해야하고 비오는 경우에는 사진조차도 잘 안나오기 때문에 조명도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거의 인플루언서 지망생이다.
우기에 다녀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날씨 요정이 처음으로 찾아와주어서 오히려 선글라스를 챙겨야 할 정도로 맑은 날씨로 가득한 여행이었다 다행이다. 그것만으로도 친구와 싸움의 가능성이 반으로 줄어들 수 있다. 우산을 들면 무겁고 상대습도가 높아지고 옷도 다 젖고 싸울 가능성도 늘어나고, 철제 무기도 하나 생겨난 셈이니까.
복병은 다른 곳에서 튀어나왔다. 사실 같이 간 A에게 아직 허락을 구하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에 이걸 글로 써도 괜찮을른지 판단은 안 되지만 일단 적어보고자 한다. 아니다 역시 허락을 구하지 않고 쓰는 것은 옳지 않다.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원만한 합의가 이뤄지면). 아무튼 2년 정도 같이 자취를 했던 베프인데도 불구하고 새로운 모습들이 보였고, 특수한 사건과 시기가 겹쳐서 더 그런것이긴 하지만, 계획이 틀어지면 심사가 뒤틀리는 내 성격 때문에 참고 참고 참을忍자를 500번 적어봐도 한번씩은 사자후를 날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A도 알게 모르게 여행 중 참는거 많았겠지. 내가 과도하게 사진을 많이 찍어달라고 요청한다든지...사진이라든지 사진이라든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너 그러면 안 됐어!!!! 고친다고 했으니 믿어보겠다. 하지만 다음번 여행이 언제가 될지는 기약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