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쫀쿠는 못 먹어. 여러 의미로.

알레르기와의 동거

by 감자부침




친구나 가족이 아프면 그렇게도 잔소리가 많아진다. 그중 대부분은 빨리 병원부터 가라는 말이다. 참지 말고, 병을 더 키우기 전에 전문가에게 가라는 말. 그런데, 고백하자면 나는 저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왜냐하면, 내가 바로 세상에서 제일가는 미련둥이기 때문이다. 몸에 신호가 찾아오면 예민한 탓에 금방 알아챈다. 그런데 이상하게 병원에 바로 가지는 않는다. '근래에 운동을 좀 쉬어서 그런가 봐, 음식을 너무 인스턴트로 때웠어, 수면시간이 부족했어..' 등등 마음대로 자가진단을 내려버린다. 이번에도 비슷했다.


지난 주말 아침 눈을 떴는데, 뜬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눈이 퉁퉁 부어있는 것이다. 라면을 먹고 잔 것도 아니고, 슬픈 영화를 보고 울다 잠든 것도 아닌데 이게 무슨 일인가. 거울로 가보니 불그스름하게 알레르기가 올라온 것이었다. 사실 놀라지 않았다. 왜냐하면 어느 정도 예상이 간 일이었기 때문이다. 2달 전부터, 그러니까 대학원에 떨어지고 난 뒤로 엄청난 스트레스와 감정기복 속에서 나는 지쳐가고 있었다. 물론 다양한 방식으로(글을 쓰거나, 명상을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친구를 만나거나) 해소를 해주었지만, 내 몸은 사실 다 쌓아두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 11월 말부터 팔, 등, 목뒤에 아토피처럼 피부염이 올라왔다. 겨울이라 건조해서 각질이 일어난 것이라고 마음대로(!) 판단한 뒤, 고보습 로션만 치덕치덕 바르고 있었다. 그러다 결국 터져버린 것이다. 눈까지 알레르기가 번질 줄이야. 이쯤 되면 집안사람들한테 안 들킬 수가 없다. 당장 병원에 가라는 불호령이 떨어졌고, 평소 다니던 한의원에 급하게 갔다. 치료제를 처방받고, 히스타민이 함유된 식재료(내가 좋아하는 고등어, 시금치, 귤 등등 너무 많다)는 당분간 먹지 말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고 집에 터덜터덜 왔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병원에 다녀온 지 2일 차인데, 벌써 알레르기가 좀 가라앉았다. 민망하게도. 이래서 빨리 병원에 가야 되는 건데. 사실 나의 이런 미련스러움은 처음이 아니다. 24년도 초에 소장염으로 대학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사실 일을 키운 탓에 오래도록 아팠다. 이번 알레르기 사건까지 겪은 뒤,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나는 왜 타인에게 하라는 대로 스스로를 돌보지 못할까.




답은 나의 지독한 상처에 있다. 어렸을 적, 집안에 큰 병을 앓는 분이 계셨다. 어린 나에게 그건 트라우마로 남았고, 그중에서도 환자가 집안에 있을 때 그 무겁고 축축한 공기에 대한 저항감이 심해졌다. 아픈 걸 좋아하는 사람은 당연히 없다. 하지만, 나는 아픈 게 싫다기보다 내가 아픈 것을 알리고 그것으로 인해 다른 가족들이 신경을 쓰는 것이 불편한 것 같다. 나 혼자서 다 나으면 그냥 넘어가는 일을 괜히 요란스레 병원에 찾아가는 게 맞을까 하는 바보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병을 키워서, 간단한 치료로 막을 일을 입원까지 하도록 스노우볼을 굴리는 과오는 이제 저지르지 말아야지 다짐을 했었는데, 또 알레르기로 이렇게 사고를 쳤다. 사람의 상처는 무섭도록 끈끈하게 들러붙는다.



어쨌거나, 나는 지금 알레르기와 동거 중이다. 내 몸이 힘들다고 파업한 것을 노사갈등으로 끌고 가면 안 되니, 다독여주려 한다. 마음을 다스리는 일도 좋지만, 결국 몸에서 보내는 신호들을 무시해서는 안되었는데, 실수했다. 이참에 달콤 짭짤한 음식도 줄이고, 한약 먹으면서 몸을 만드는 시간으로 삼으려 한다.










이제 두쫀쿠는 못 먹는다. 하나는 품절대란 탓에, 다른 하나는 알레르기 탓에. 처음 먹었을 때는 분명 그렇게까지 맛있다고 느끼지 못했었는데, 못 먹게 되니 왜 생각이 나는 건지. 청개구리가 되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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