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의 일기
굉장히 본능적으로 행복했던 한 주였다. 그 어떤 다른 표현도 '본능적'이라는 말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것 같아서 그대로 썼는데, 쓰고 보니 좀 웃기긴 하다. 아무튼, 저 표현을 쓴 이유는 오랜 기간 좋아했던 아이돌 그룹이 아주 오래간만에 컴백을 했기 때문이다. 중학교 3학년부터 좋아했으니 어느새 강산이 거의 다 바뀔 정도다. 이 정도 되면 별로 감흥이 없지 않느냐는 물음을 던질 수 있겠다. 만약 매년 정기적으로 앨범을 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그러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슬프게도 미뤄지고 무산되던 컴백이었고, 팬들은 수없이 실망하고 또 기다려왔기에 돌아오는 것만 해도 기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월요일 저녁부터 한 주 내내 나는 웃음에 무방비한 상태였다.
말했지만, 이런저런 준비들로 인해 책상 앞에서 시름시름 거리는 나날들의 연속이었다. 바람 쐬는 날들도 있었지만, 뭐랄까... 마음을 먹고 시간을 할애해서 나의 즐거움을 구매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던 차에, 이렇게 웃음이 나는 시간이 찾아와 준 것이다. 아이돌 그룹이 정규앨범으로 컴백하면, 보통 10곡 내외의 곡들이 발매가 되고, 음악방송활동과 이런저런 유튜브 콘텐츠에 출연하며 홍보활동을 한다. 어느 SNS앱을 들어가도 실시간으로 영상과 사진이 업데이트되고, 내가 굳이 검색하지 않아도, 내가 먼저 찾아 나서지 않아도 떠먹인다. 말 그대로 무방비다.
유지혜 작가님의 <우정도둑>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행복하다는 말 대신 무언가를 아직도 좋아하고 있다고 말한다.
가장 흔들리고 우울할 때,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더 자주 행복할 수 있는지 끝없이 고민했다. 도무지 행복이란 무엇인지 모르겠어서 슬펐는데, 이 문장 덕에 한결 편해졌던 기억이 있다.
돌이켜보면 행복하다고 느낀 순간에는 늘 무언가를 좋아하고 있었다. 그것은 사람, 무형의 가치, 2D, 공상, 누군가와 함께 보내는 시간 등등 아주 다양했다. 잠정적 휴식 단계였던 덕질공장이 재가동되고, 덕질이란 아마도 '좋아함'의 1번 뜻에 놓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자주 느꼈다. 모든 게 권태로워지는 때를 자꾸만 미루기 위해 바빠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좋아하는 것들을 잠재우며 살게 되는 바쁜 일상 속에서, 그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회의를 던질 것. 그리하여 스스로의 행복에 요새를 만들어줄 것.
p.s. 제목 설명: 노란색을 좋아한다. 학교 선배들이 나를 병아리라고 부르기도 하고, 언젠가부터 무채색보다는 화사한 노란색이 끌렸다. 그때부터 나에게 노란색은 행복과 동의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