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침을 경계하라

계영배

by 감자부침


꼼짝없던 한 주였다. 지난 토요일에 어학자격시험을 본 다음, 막바로 어제(2/7) 있었던 데이터자격시험을 준비하느라 혼이 쏙 빠졌다. 어떤 시험이건 수험생 신분이 되면 불편한 휴식을 취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하루의 대부분을 머릿속과 몸에 지식과 행동을 집어넣는 것에 전념한다.


시험이 끝나고, 간만의 서울 나들이에 그냥 집으로 돌아가기가 아쉬웠다. 이촌역 근처 학교가 시험장이었기 때문에 국립중앙박물관에 가기로 했다. 작년 봄, 번잡한 마음을 다스리고 틀에 박힌 하루에서 나 자신을 놓아주고 싶은 마음에 국중박에 갔었다. 조용히 도서관에서 글도 쓰고 외규장각 의궤 전시도 보았다. 그때의 기억이 너무도 좋아서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향했다.


한 가지 당혹스러웠던 건 이른 주말 아침부터 박물관을 찾은 어린아이들이 바글바글했다는 점이다. 고요를 아쉬워하면서 도자기 전시장에 들어갔다. 고려청자부터 조선 백자까지 지금의 자기와 대동소이하기도, 놀라울 정도로 우월하기도 한 작품들을 봤다. 그러다 '계영배'라는 잔을 발견했다.

계영배는 '가득 참을 경계하는 잔'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수압과 대기압의 상호작용으로 잔 안에 어느 정도 액체가 차면 밑으로 흘러나간다. 절대 끝까지 찰 수 없다.


나의 이번 주는 가득 채우는 시간이었다. 사실 인생의 대부분을 우리는 채워나가며 산다. 물건을 사고, 사진을 찍고, 책을 읽고, 스펙을 쌓고, 스마트폰 속 정보의 바다에서 수영하고. 비워낼 여유가 없거나 허락이 없다.

최근에 책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 인해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구절을 읽었다. 크게 와닿지 않았다. 경험이 별로 없어서다. 그리고 계속해서 무언가를 향해 달려 나가는 나의 시계를 멈출 용기가 있었던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껏 살았던 대로 그렇게 관성에 굴복하며 살 수만은 없다. 항적을 따라가는 삶은 의미가 없다.

결과야 어찌 되든, 2026년을 시작하며 세웠던 목표 2가지를 해치웠으니, 잠시 계영배를 들어야겠다. 하루라도 빨리 비워내는 연습을 시작해야겠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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