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의 의미
이번 주는 나의 생일 주간이었다. 설날이 늦게 들어서는 바람에 연달아 맛있는 음식을 먹고 선물을 받는 이벤트가 생긴 셈이라 들뜰 수밖에 없었다. 생일이 되면 지면에 발을 딛고 산다는 걸 까먹는다. 자정이 딱 넘어가는 순간을 기억해 두었다가 축하를 해주는 친구부터, 바쁜 와중에 짬을 내어 나를 생각하며 선물을 고르는 친구, 뚱뚱한 카톡 편지로 감동을 주는 사람들까지. 관계에서 비롯된 애정들로 둘러싸인 기분은 형용하기 어렵다. 이럴 때마다 팬들의 사랑을 먹고자라는 연예인들은 매일이 이런 기분일까 참 궁금해진다.
생일날은 미역국을 먹는다. 산모가 출산을 하고서 몸을 회복하기 위해 먹는 음식인 미역국을 생일 당사자가 먹는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그 음식을 나눠먹을 때면 항상 엄마는 내가 태어나던 날의 날씨, 분위기, 지난했던 출산 과정, 아빠의 눈물, 웃픈 에피소드까지 마치 여러 번 읽은 소설의 줄거리를 설명하듯이 말해주신다. 매년 똑같은 이야기를 듣지만 질리지 않는 이유는 이 소설의 주인공이 나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로만 이루어진 세상에서 껍질을 하나씩 벗겨나가는 것이 인간의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만의 이야기를 오랜만에 마주하게 되면 더 들뜨는지도 모르겠다. 추억을 반찬 삼아서 미역국을 후룩후룩 먹으면 나를 낳은 그들과 나 사이에 유대감이 짙어진다. 그래서 미역국을 먹는가 보다.
내 생일이 있는 2월 셋째 주가 지나면 사실상 시작을 알리는 3월이 급속도로 빨리 다가온다. 지금껏 학생으로 살았기 때문에 늘 신학기의 긴장과 설렘이 가득했다. 올해는 거의 20년 만에 찾아온 소속 없는 3월 맞이다. 사실 다음 주가 대학 졸업식인데, 그날이 지나면 정말 나는 백수다. 요즘 '쉬었음 청년'이라는 용어가 있다고 하던데, 세상에 진짜로 쉬기만 하는 청년이 어디 있을까. 별로 마음에 안 드는 단어다. 마치 꽁꽁 얼어붙은 취업시장을 가리기 위한 말장난 같기도 하고. 아무튼 내가 바로 그 청년이 된다. 그래서인지 생일 축하 연락에 나의 선택과 새로운 길을 조건 없이 응원한다는 말들이 가득했다. 그에 대한 나의 답장은 다가올 내 3월과 그 이후의 프롤로그였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마음에 답하는 초라한 프롤로그.
p.s. 몰래몰래 내 글을 읽고 있다고 들었다. 내 친구들아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