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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ody Oct 05. 2022

EP.06 - 기분이 좀 그래. 비가 와서 그런가?

와인 몇 병, 그리고 곁들이면 좋을 Playlist를 전합니다

정적의 공간에서 마시는 와인을 상상할 수 있나요?
음악과 와인의 마리아주 (mariage).  와인과 플레이리스트를 골라드립니다.
와인을 더 즐겁게, 더 맛있게 드세요. 단 지극히 개인 취향일 수 있어요.


WA:PLY(Wine Play List)

EP.06 기분이 좀 그래. 비가 와서 그런가?


연일 비가 내렸다. 내렸다기 보다는 쏟아졌다.

그래서였을까 기분이 바닥을 쳤다. 지나간 기억들이 마음을 붙잡고, 오지 않은 날들을 걱정했다.

긍정적인 감정은 흘러가는 대로 두면 되지만, 부정적인 이 기분을 얼른 씻어야 했다.

강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면 기분이 나아질 것 같은데,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에 한강 길은 이미 통행금지.


넷플릭스를 켜고 혼자 먹기엔 조금 비싼 화이트 와인을 한 병 꺼냈다.

나를 위해 애쓰는 마음을 와인 한 병에 담아냈다고 할까.


집에서 혼자 마시는 와인이 좋은 이유는 상대와 속도를 맞춰 마시지 않아도 되고, 

마리아주니 페어링이니 신경 쓰지 않고 마음대로 집어먹을 수 있는 안주,

그리고 언제든 취해 드러누울 수 있는 침대가 있기 때문.


그러니까 이 한 병을 비울 때만큼은 그 무엇이든지 내 마음대로 해도 되기 때문이다.

한 잔씩 잔이 채워지고 병을 비워갈 때쯤 아까 기분이 어땠는지 지나간 마음이 어땠는지

다가올 날들이 어떨지 조금도 생각나지 않았다.

기분이 좀 그렇다면, 재밌는 넷플릭스를 틀어두고 혼.와 어떠실지.




WINE ㅣRegis & Sylvain Sauvignon Blanc (레지앤실뱅 소비뇽 블랑)



이 와인은 요즘 마음이 많이 가는 서교동 와인샵 “와사향” 럭키박스 구매로 우연히 셀러에 들어왔다.

와인샵에 들를 때마다, 감각적인 와인 라벨에 눈길이 갔던 와인인데 혼자 먹기엔 좀 부담스러운 가격이라 늘 망설였던 와인, 레지앤실뱅 소비뇽 블랑.

가성비를 생각한다면 뉴질랜드 말보로 지역의 소비뇽 블랑이었기에 다년간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을 마셔왔고, 사실은 조금 지루해지려던 때에 이 와인을 만나게 됐다. 레지앤실뱅은 프랑스 루아르 지역의 소비뇽 블랑이다. 루아르는 프랑스의 정원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옛날 프랑스 귀족들은 루아르 강가에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아름다운 성을 지었다고.

이 지역은 주로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과 로제 와인이 유명하고, 가벼운 질감의 레드와인이 유명하다.

루아르 와인들은 북부 기후 특징이 뚜렷해 산도가 상큼하고 가벼운 와인들이 많단다. (그래서 소비뇽 블랑이 유명하겠지!)

노르스름한 빛의 레지앤블랑 소비뇽 블랑.

와인잔을 코에 갖다 댄 순간부터 살구요거트 향이 피어올라 식욕을 자극했다.

지나치게 산도가 높아 어금니를 찌르는 듯한 뉴질랜드 말보로 소비뇽 블랑에 비해 적당한 산도로 코스 요리를 즐기기 전 정말 맛있는 에피타이저를 먹은 느낌이랄까. 맛있는 안주를 잔뜩 차려놨지만, 와인 본연의 맛이 좋아 안주에 손이 가지 않았다. 몇 잔을 더 따라 마시니 과일향이 조금 걷치고, 허브의 향미가 올라와 복합적인 향을 드러냈다.


아. 진짜 맛있다.

넷플릭스 영화 한 편이 끝나기도 전에 한 병을 다 비워냈고 기분은 말끔해졌다.

나를 위한 선물이 필요한 날 레지앤실뱅을 추천한다.

와인샵에서 3~4만 원대.


클로디가 좋아했던 뉴질랜드 말보로 쇼비뇽블랑

#쇼비뇽블랑 #뉴질랜드 #말보로 #가성비

1. Oyster Bay Sauvignon Blanc l 오이스터 베이 소비뇽 블랑

한때 클라우드베이가 품귀현상을 일으켰을 때, 대체안으로 급부상했던 오이스터베이.

이름에 걸맞게 굴과 먹으면 맛있다는데, 안타깝게도 굴을 즐기지 않는다.

여름에 와인 모임이 있다면, 꼭 리스트에 올리는 와인인데 그만큼 누구나 마셔도 호불호가 없는 소비뇽 블랑이다. 마트를 가도 와인샵을 가도 흔히 볼 수 있는 오이스터베이 소비뇽 블랑. 아직 마셔보지 않았다면 이번 여름에 즐겨보시길.


이마트, 홈플러스, 코스트코, 편의점, 와인샵 등 3만 원대


2. Whitehaven Sauvignon Blanc l 화이트헤븐 소비뇽 블랑

천국에 입장하면 이런 웰컴 드링크를 줄까? 첫 입에 온 기분이 좋아지는 화이트헤븐 소비뇽 블랑.

드라이한데 상당히 산도가 높아 입안이 시리기까지 했던 화이트헤븐 소비뇽 블랑은 레몬과 같은 시트러스 계열의 과일 향미가 깊게 올라오고 시간이 좀 지나면 트로피컬 계열의 과일향으로 마무리된다. 약간 매콤한 감바스와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조양마트 2만 원대


3. Sileni Estates Cellar Selection Marlborough Sauvignon Blanc ㅣ 실레니 소비뇽 블랑

혹시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에 입문하고 싶다면? 실레니 소비뇽 블랑을 추천한다.

부담 없는 가격 대에 대중적인 맛. 어떤 안주랑 먹어도 맛있는 실레니 소비뇽 블랑은 맥주만큼이나 가볍게 마실 수 있다.

열대 과일의 향이 퍼지는 실레니를 마시고 있자면 동남아 리조트에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지도.


조양마트 1만원대


Playlist ㅣ내 기분의 색깔은 블루. 우울할 때 들으면 기분 좋아지는 플레이리스트


Earth, Wind&Fire - September

윈디시티 - Elnino Prodigo

술탄오브더디스코 - 캐러밴

DAY BREAK - 니가 있어 좋다(Fall in love with you)

페퍼톤스 - Ready, Get Set Go!

Tom Misch - Disco Yes

Lizzo - Juice

BENEE - Superlonely (ft. Gus Dapperton)

Conan Gray - Maniac

John K - Parachute

Tahiti 80 - Easy

Kings of Convenience - I’d Rather Dance With You

Young Gun Silver Fox - Kids

WINNER - Really Really

ZICO - Artist

백예린 -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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