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디자이너의 일을 뺏지 않았다.

정답을 만드는 AI 시대에서 디자이너의 본질은 무엇일까

by NOEY
hq720.jpg?sqp=-oaymwEhCK4FEIIDSFryq4qpAxMIARUAAAAAGAElAADIQj0AgKJD&rs=AOn4CLBCwyerWKR704ZhbJqZ22qP8qs97w 이미지 출처: Youtube "DesignCourse <The UX Designer Died in 2025>" 썸네일


이제 막 브랜드 디자인에 뛰어든 저에게 가장 흥미롭게 다가왔던 이슈는 쇼피파이 CDO가 "UX 디자이너"라는 직무를 없애고 디자이너의 창의적 역량을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한 일이었습니다. 그 선언의 배경에는 아마도 핫한 주제인 AI 기술의 눈에 띄는 발전과 높은 퀄리티가 한몫했을 것입니다. UX 디자이너도 아니고, 업무 숙련도도 아직 낮은 제가 그 발언에 대해 감히 한마디 얹는다는 게 조심스럽긴 하지만 저는 그 소신 있는 선언이 어쩌면 반가웠던 것 같습니다.


제가 디자인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는 IT 업계의 붐과 함께 많은 동기들이 UX/UI 디자이너를 꿈꾸던 시기였습니다. 흐름이 그러하다보니 진행한 케이스 스터디의 중심도 심미성보다는 사용성에, 브랜드의 정체성보다는 구조와 편의성에 맞춰져 진행했습니다. 더불어 한국의 디자인 교육은 실무보다는 이론에 치우쳐져 있어 언제부턴가 내가 기획자인지 디자이너인지 모호한 역할 속에 놓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환경에 익숙한 채 실무에 들어와 보니 저 자신이 디자인에 꽤 보수적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특히 ‘단순함’이라는 미학을 당연한 기준으로 여겼고, ‘보편성’이라는 명분 아래 진행해온 시안들은 이미 지나치게 소비된 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클라이언트들이 브랜딩의 성공사례로 꼽는 ‘애플’이나 ‘구글’을 보면 그들이 단순함을 공식으로 반복한 것이 아니라 고유한 정체성 안에서 매우 유연하게 해석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러한 사례를 보며 이제는 브랜드 디자이너가 익숙한 틀에서 벗어나, 브랜드의 고유한 정체성과 창의성을 설계할 수 있는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저명한 선언 하나에 저는 ‘잘 만든 것’보단 ‘브랜드다움’을 만들어내는 역량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확신하였습니다. 아마 저처럼 연차가 적은 디자이너에게 시대가 요구하는 역량은 단 하나의 ‘정답’을 찾는 능력이 아니라, 복잡한 맥락을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는 ‘창의성’과 그 해석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력’이라는 판단이 듭니다. 결국 AI가 만들어내는 건 ‘정답에 가까운 것’일 수는 있어도, ‘해석’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니까요. 저도 앞으로의 성장을 위해 굳이 정답을 찾으려는 집착은 버리고 고유한 시선을 찾으려는 노력들을 해보려고 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현지화 전략으로 돌아본 한국적인 디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