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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EY Nov 27. 2023

03 인턴 디자이너를 하며 얻을 수  있는 의외의 것들

인턴 디자이너로 고민하는 모든 디자인학도를 위해



원자는 왜 디자이너 인턴을 해야 하나요? 어떤 것을 배우기를 기대하나요?


한창 디자이너 인턴 면접을 보거나 지원서에 입사동기 및 포부를 작성했을 때 수도 없이 들었던 질문이다. 그때의 나는 “회사의 발전을 위해 힘써보아 성취감을 얻고 싶다”라는.. 지금 생각하면 쓸모없이 당찬 말들을 늘어놓았다. 현실은 인턴 디자이너가 회사를 발전시킬 일은 없었으며, 당찬 포부는 아침잠 피곤함에 슬슬 밀려났다.

그런데 인턴 디자이너를 하며 ‘어 이런 것도 얻어가네?’라는 의외의 것들이 있었다. 물론 회사를 다니는 모든 인턴 디자이너가 이러지는 않을 테니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일 수 있음을 참고하길.




> 1 무거운 엉덩이를 얻을 수 있다.

여러분은 개인작업을 할 때 가만히 5시간을 앉아 작업하는 게 가능하신가요?
나는 회사를 다니기 전, 집에서 학교과제나 외주작업을 할 때 1시간 간격으로 눕거나 친구들과 떠들곤 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작업할 때에는 귀에는 잠을 깨우기 위한 EDM 리믹스 10시간짜리 플레이리스트가 필수다. 작업 시간이 지날수록 엉덩이를 떼는 시간은 빨라지고 작업이 딜레이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회사에서는 개인작업을 할 때와 달리 엉덩이를 자주 뗄 수가 없다. 정해진 작업 마감일자에 맞추려면 뗄 시간도 없을뿐더러, 밖에서 장시간 머리를 식힐 시간을 보내고 올 환경도 아니다. 그래도 너무 집중이 안되거나 졸음이 쏟아질 때에는 10분 정도 회사 근처 카페를 간다거나 산책을 하는 정도는 너그러이 허용해 줄 것이다.
그래도 일정 이상의 시간을 비우면 옆자리 상사분이 도망쳤다고 오해하는 경우도 있으니 알아서 조절할 것. (실제로 팀장님과 면담 때문에 한 시간가량 보고 없이 외출했는데 옆자리 대리님이 일 많아서 도망친 줄 알았다고 했다.)




> 2 더욱 심화된 진로고민을 얻을 수 있다.

나는 학부생으로의 첫 인턴 경험이 졸업 후 취업의 길을 보장해 준다거나 결정해 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결정해 줄 만한 단서를 던저주긴 한다.

단서란 인턴을 경험하기 전보다 훨씬 현실적인 고민들이다. 전에는 패키지디자이너가 좋을지 UX/UI디자이너가 좋을지 진로선택 수준에서 고민이었다면, 이제는 디자이너로서 어느 매체를 다룰지, 회사에서 내 의사결정 권한은 얼마나 될지(인턴이어도 아이디어 회의 참여 기회를 주는 회사도 존재한다), 회사의 업계가 향후 발전가능성이 있는지와 같은 고민들이다.


마지막의 경우(업계 발전가능성)가 꽤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업계의 하락세로 인해 현업 디자이너 분들도 타 업계 회사로 이직하는 케이스를 종종 보았기 때문이다.
물론, 업계가 하락세라고 하여 쓸모없는 포트폴리오가 된다는 건 아니지만, 성장가능성이 있는 업계 포트폴리오의 경우 활용도가 높아지지 않을까라는 의견이다. 인턴을 하면 자연스레 재직 회사 업계의 포트폴리오나 인사이트가 쌓이게 될 테니 첫 인턴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고민하면 좋을 듯하다.




> 3 잠재적 클라이언트를 얻을 수 있다.

회사에 입사했을 당시 3명의 기획팀 인턴 분들이 계셨다. 그들을 주로 상대해 줄 디자인팀 인턴은 오직 나 하나였다. 네 명 모두 휴학생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친해졌을 때쯤에는, 광고공모전 디자인 의뢰를 주거나 피드백을 요청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사적인 디자인 이야기를 나누며 내 디자인 능력을 보여줄 기회가 자연스레 생긴 것이다. 인턴 분들이 당장 일거리를 줄만한 사정은 아니지만 그들에게 디자인이 필요할 때 바로 나를 떠올릴 수 있게끔 관계망을 형성하는 건 매우 값진 기회라고 생각했다. 무경력자인 디자인학부생일 때에는 플랫폼보다는 인맥을 통해 자잘한 일감을 얻고, 클라이언트도 경험해 보기를 추천한다.


사람 간 관계뿐 아니라 회사와의 긍정적인 관계도 생긴다. 소규모의 에이전시나 디자인 스튜디오에서는 일손이 필요한 경우 계약직을 새로이 뽑는 것보다 퇴사자에게 외주를 요청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물론 퇴사사유에 따라 다르겠다. 중소기업을 다니며 느끼지만, 작은 기업일수록 좋게 스쳐간 인연들을 소중히 여겨주는 것 같다.




디자이너에게 성찰과 반성이란 일상이다.

디자이너 인턴 경험이 단순히 이력서에 한 줄 넣기용이라면 넘어가도 좋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디자이너 인턴'이 나에게 무슨 의미일 것인지 가설을 세운 후 경험하며 업적을 달성해가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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