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함으로 돌아가는 길

열여섯 번째 이야기

by 이지

사람의 마음은 대체로 시끄럽습니다. 생각이 멈추지 않고, 계획은 겹치며, 걱정과 기대가 서로를 밀어냅니다. 그래서 우리는 겉으로 조용해 보여도 속은 늘 소란스럽습니다.

노자는 말합니다. 마음을 지극히 비우고, 고요함을 깊이 지키라고.

여기서 말하는 ‘비움’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아닙니다. 불필요한 소음을 하나씩 내려놓은 자리입니다. 그 자리에서는 다른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만물이 저마다 피어나고, 저마다 사라지며, 결국은 자기의 뿌리로 돌아가는 소리입니다.

꽃은 피었다가 지고, 강은 흘렀다가 멈추며, 사람은 오르다가 다시 내려옵니다. 노자는 이 돌아감을 ‘고요함’이라 부릅니다. 고요함은 움직임이 없는 정적이 아니라, 모든 움직임이 제자리를 찾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그는 말합니다. 뿌리로 돌아감을 고요함이라 하고, 고요함을 본래의 명령으로 돌아감이라 한다고.

사람은 자꾸 앞을 향해 가려 하지만, 성숙은 종종 되돌아오는 데서 시작됩니다.더 나아가기 전에 처음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 더 말하기 전에 침묵으로 돌아가는 것, 더 붙잡기 전에 손을 놓는 것. 그것이 지혜의 방향입니다.

노자는 말합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만물이 일어나는 것을 보되, 그 끝에서 돌아가는 길을 본다고.

우리는 피어나는 순간에만 마음을 두지만, 지혜는 되돌아가는 순간에 머뭅니다. 봄의 새싹보다 겨울의 씨앗을 바라보고, 성과보다 뿌리를 생각합니다.

그래서 ‘늘 그러함’을 압니다. 변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모든 변화를 품고 있기 때문에 늘 그러합니다.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만 뿌리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고요함이란 바로 그 뿌리의 자세입니다.

성경도 이 ‘돌아감’을 말합니다.흙은 다시 땅으로 돌아가고, 영은 그것을 주신 분께로 돌아간다고.

예수님도 늘 고요로 돌아가셨습니다.사람들이 몰려와 기적을 요구할 때에도, 그분은 한적한 곳으로 물러나 기도하셨습니다. 그 고요 속에서 아버지의 뜻을 들으셨고, 자신의 길을 확인하셨습니다. 십자가는 그 돌아감의 완성입니다. 자기 뜻을 비워 하나님의 뜻으로 돌아간 자리, 그곳에서 생명은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신앙은 앞으로 달려가는 일이 아니라, 잃어버린 중심으로 되돌아오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더 높아지기보다 더 깊어지는 것, 더 많이 말하기보다 더 오래 머무는 것. 그 고요 속에서 우리는 다시 제자리를 찾습니다.

돌아감은 패배가 아닙니다. 끝도 아닙니다. 모든 생명이 처음의 품으로 돌아가 다시 숨을 고르는 가장 깊은 시작입니다.


사유의 한마디

고요함은 멈춤이 아니라 돌아감입니다. 우리는 되돌아올 때 비로소 쉼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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