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스러움의 깊이
고요한 강

열다섯 번째 이야기

by 이지

삶에는 서두르지 않아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경험이 깊은 사람은 말로 앞서지 않습니다. 행동으로 증명하려 하지도 않습니다. 그들은 눈으로 더 오래 바라보고, 침묵으로 더 많은 것을 전합니다.

노자는 옛날의 지혜로운 사람들을 이렇게 말합니다. 미묘하고, 아득히 통하며,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사람들. 그들은 자신이 모든 것을 안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많은 것을 품고 있었습니다.

노자가 그린 그들의 모습은 유난히 조심스럽습니다. 겨울에 냇물을 건너듯 한 발 한 발 살피고, 사방의 이웃을 경계하듯 늘 깨어 있습니다. 손님처럼 공손하고, 얼음이 녹듯 서서히 풀립니다. 통나무처럼 단단하면서도, 골짜기처럼 넓고, 흐린 물처럼 세상과 섞여 있습니다.

겉으로 보면 그들의 삶은 분명하지 않습니다. 선명한 주장도 없고, 빠른 결론도 없습니다. 어쩌면 흐릿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노자는 묻습니다.

누가 흐린 물을 고요히 두어 서서히 맑게 할 수 있겠는가.

누가 안정 속에서 오래 움직여 마침내 생명을 일으킬 수 있겠는가.

탁한 물은 억지로 흔들수록 더 흐려집니다. 그러나 가만히 두면 탁함은 가라앉고, 맑음은 스스로 떠오릅니다.지혜는 서둘러 닦는 것이 아니라 머물 줄 아는 데서 생깁니다.

그래서 노자는 말합니다. 이 도를 지키는 사람은 가득 채우려 하지 않는다고.

채우려 하지 않기에 넘치지 않고, 새로움을 만들려 애쓰지 않기에 오래 갑니다. 강함을 드러내지 않아 오히려 무너지지 않고, 앞서 나서지 않아 끝까지 함께 갑니다.

예수님도 같은 길을 걸으셨습니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라.”

그분은 세상을 향해 소리치지 않으셨습니다. 힘으로 밀어붙이지 않으셨습니다. 낮은 자리에서 천천히 사람 곁에 머무셨습니다. 간음한 여인을 둘러싼 돌과 분노의 자리에서도 예수님은 말하지 않으셨습니다. 땅에 무엇인가를 쓰시며 침묵하셨습니다.그 침묵은 무력함이 아니었습니다. 모든 판단을 멈추게 하는 고요한 권능이었습니다.

흐린 물처럼 세상 한가운데 섞이되, 그 고요함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맑히셨습니다.

신앙은 빠르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조급함보다 늘 한 걸음 느리게 일하십니다. 그러나 그 느림 속에서

삶은 제자리를 찾고, 사람은 서서히 바뀝니다.

서두르지 않는 믿음, 판단을 멈추는 침묵, 탁함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리는 기도.

그것이 고요하지만 가장 강한 영성의 모습인지도 모릅니다.


사유의 한마디

서두르지 않는 자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고요함 속에서 강함은 오래 머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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