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Z해 프로젝트 (2)
어째어째 만들어진 MZ세대라는 단어지만, 정작 MZ세대들은 MZ세대라는 말을 지겨워하다 못해 싫어한다. 문제는 언론을 비롯한 ‘MZ세대’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오남용에 있다. MZ세대를 과도하게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MZ라는 단어를 본래 의도에서 벗어나 이상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MZ세대라는 말을 처음 만들고 사용한 곳은 ‘대학내일’로 추정된다. 2018년 말 대학내일은 <트렌드 MZ 2019>라는 책을 출간했다. 2015년부터 내오던 20대 트렌드 리포트를 새로운 이름으로 리뉴얼해 출간한 책이었다. 앞선 글에서도 말했지만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는 엄연히 다른 세대다. 인터넷을 비롯한 디지털 매체에 익숙하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활용하는 매체와 성장 배경이 모두 다르다. MZ세대를 처음 사용한 대학내일 역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명확하게 구분해 활용했다. 디지털 매체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는 점에선 공통적이지만 공통점보단 차이점이 더 많다. 넓게 보면 10대 초반부터 40대 초반까지 묶일 수도 있는 단어다. 마케팅 적으로 묶어서 부를 순 있지만, 같은 세대로 취급해선 곤란하다.
과거 방송계에서 쓰이던 2030 시청률과 비슷한 단어로 간주할 만하다. 2030 시청률 역시 대략적으로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시청률을 의미하는 단어지, 20대와 30대가 같다는 의미에서 사용된 단어가 아니다. 방송계 사람들 입장에선 활용할만한 단어지만 무의미하게 오용돼선 안된다.
언론은 ‘MZ세대’를 명백하게 오남용하고 있다. <한국경제, 그 옷 어디거야? 요즘 MZ세대들 사이 샤넬 맞먹는 인기, 2022.09.15.> 기사 속 MZ세대는 많아봤자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까지 사람들을 의미한다. 기사 속에서 매출이 상승했다는 통계도 1020을 대상으로 한 매출이다. 의미를 더 명확히 전달하고 싶었다면 MZ세대가 아닌 Z세대로 특정해야 했다. MZ세대라는 단어가 상대적으로 유명하고 잘 알려진 단어이기에 기사 제목에 MZ세대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MZ세대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확장성 때문에 MZ세대를 오남용하고 있다.
공공기관 및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이전까지 ‘대학생기자단’, ‘청년자문단’으로 사용되던 단어들이 ‘MZ’라는 이름을 붙여 새롭게 탄생하고 있다. 여수시는 혁신 MZ위원회를 운영하기 시작했고, KBO는 MZ위원회를 만들어 2030의 의견을 듣겠다고 나섰다. MZ라는 이름이 혁신적이고 힙하게 보이니 높으신 분들이 일단 가져다 붙였다는 느낌이 든다. 의견을 듣는 대상과 모집단을 보면 오용되진 않았지만, 지나치게 남용되고 있다.
2022년 8월 한달간 ‘MZ세대’라는 단어가 들어간 기사는 2,204건에 달한다. 언론, 정치, 공공기관 등등... 모두가 ‘MZ’라는 힙한 이름에 반해 달려들고 있다. 정작 MZ세대는 10대 초반과 40대 초반이 하나로 묶인다는 MZ라는 말이 이해되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주변이 MZ라는 말을 죽어라 반복하고 있으니, MZ라는 말이 싫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