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된 시간 속에서

by 고요한 낙하

아침이 오면 눈을 뜬다. 그리고 생각한다.
‘오늘 하루는 괜찮을까?’
하지만 이내 고개를 떨군다. 오늘도 어김없이 시작되는 고요한 전쟁. 마음을 눌러 담고, 웃는 얼굴을 걸친 채, 침묵 속으로 들어간다.

새로 들어간 회사는 차갑다. 조용함이 깔려 있는 게 아니라, 고요가 짙게 깔려 있는 공간이다. 사람들은 출근과 동시에 각자의 자리에 착석하고, 퇴근할 때까지 한마디 말도 섞지 않는다. 점심시간이 되면 다들 자동차 키를 챙겨 밖으로 나간다. 말없이 밥을 먹고, 말없이 각자의 차로 흩어진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책상에 앉는다.
그 안에 나도 있다.

기침소리, 물 마시는 소리, 사탕을 까는 소리조차 조심스러울 정도의 정적. 그 공간 안에서 숨을 쉬는 일이 죄처럼 느껴질 때, 나는 묻는다. 이건 내가 이상한 걸까? 아니면 이곳이 이상한 걸까? 아니,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른다.


엄마는 늘 말하신다.
“다 그렇다. 참아. 오래 다녀봐.”
그 말이 사랑에서 나온다는 걸 안다. 자식을 걱정하고, 무탈한 삶을 바라는 그 마음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데 그 말은 이상하게도, 내 마음을 더 외롭게 만든다.

나는 오래 다니고 싶지 않은 게 아니다. 정말 오래 다니고 싶었다.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인사하고, 가끔은 농담도 나누고, 퇴근길엔 ‘오늘은 조금 괜찮았다’는 기분을 안고 집에 돌아오고 싶었다. 그 평범한 바람조차 사치처럼 느껴질 때, 내 마음은 점점 뒷걸음질친다.


친구들은 일하는 게 즐겁다고 말한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일이라는 것이 그렇게 즐거운 걸까? 아니, 어쩌면 일이 즐거운 게 아니라 사람 때문에, 함께하는 분위기 때문에 ‘견딜 만한 무게’로 느껴지는 건 아닐까.

하지만 내게는, 그 무게조차 감당할 틈을 주지 않는다. 사람 없는 자리, 마음 없는 말, 숨 막히는 침묵 속에서 나는 점점 작아진다.

.

.

믿음으로 살아가고 싶다. 나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고, 구원의 은혜를 알고 있다.
그래서 가끔, 너무 벅차고 숨이 막히는 순간엔, 이런 생각도 해본다.
‘차라리 빨리 천국에 가고 싶다.’
세상에서 아등바등하며 내 존재를 증명하느라, 매일 자존감을 깎이며 살아가는 것보단, 그 영원한 안식 속에서 조용히 머무르고 싶은 마음.


이건 불효일지도 모른다.
남겨진 가족이 얼마나 슬퍼할지도 안다.
그런데도 불쑥불쑥 그런 마음이 올라온다.
삶이 너무 버겁고,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마다 더더욱.


하나님은 왜 나를 이 땅에 남기셨을까.
나는 도대체 어떤 사명을 가진 사람일까.
기도해도 아무 대답이 들리지 않을 때, 나는 더 혼란스럽다.
혹시 대답은 있었지만 내가 듣지 못한 걸까?
아니면 아직 들을 때가 아닌 걸까?

요즘의 나는 그저 하루를 건너는 사람이다.
무언가를 이루고자 애쓰기보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살아가는 사람.
어디에도 깊게 뿌리내리지 못한 채, 얕게 머물다 흘러가는 그런 사람.

하지만 그럼에도, 내 마음 깊은 곳 어딘가에는 아주 희미한 빛 하나가 남아 있는 것 같다.
언젠가 그 빛이 내게 말을 걸어올지도 모른다.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언젠가는 그 빛이 길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도 그 빛을 믿으며, 하루를 살아낸다.


참는 것 말고,
정말 ‘살아내는’ 법을 알고 싶다.


2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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