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_너는 나에게 물이었다.
나는 너를 좋아하기 싫다.
너는 어느 날 내 인생에 나타나선
잔잔히 고인 물을 엎지른다.
나는 그제야 물을 인지한다.
그것도 아주 시끄럽게.
엎질러진 물은 쉽게 닦아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젖어드는 날 보고도
잠시만, 아주 잠시만
이렇게 더 있고 싶었다.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곧이어 눈을 떴다.
어느새 물은 턱 끝까지 차올라
내 숨통을 조여 온다.
숨을 헉헉대며 물을 닦아보려 하지만
늦었다.
너무나도 늦게 눈을 떴다.
나는 어떻게 숨을 쉬는지조차 까먹었다.
가빠진 숨 마저 일상이 되었고
그 속에서 나는 다시 눈을 감게 되더라.
이번엔 아주 깊은 꿈을 꾸었다.
그곳에서 나는 물을 엎지르기 전
물기 하나 없이 메마른 나를 마주한다.
그 꿈을 꾸고 깨어남을 수없이 반복한다.
나는 몇 번이고 그때로 돌아가도
몇 번이고 나에게 물을 준다.
그제야 깨닫는다.
나는 꽃이었구나.
나는 물을 주지 않으면 금세 시들어버리는.
나는 꽃이었구나.
코 끝까지 차오른 물에도
나는 기꺼이 머리를 적신다.
숨이 부족하고
앞이 보이지 않아도
몇 번이고 나는 머리를 적신다.
나는 그러지 않고서야 살 수 없는 꽃이니까.
나에게 메마른 삶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니까.
나는 숨을 쉴 수 없고, 앞을 볼 수 없는
물에 젖은 꽃으로 태어났으니까.
기꺼이 이번생도 잠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