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_너에게 남는 향
우리가 누군가를 기억할 때
촉각이 동반된다.
나는 향으로 오빠를 기억하고
목소리로 아빠를 떠올리며
따뜻한 품으로 엄마를 그린다.
내가 그에게 하나만 남길 수 있다면,
그가 나를 기억할 때 하나만 떠올릴 수 있다면,
나는 향을 남기겠다.
목소리도 품도 가지 말라 붙잡아도
점차 흐릿해져 나를 떠난다.
언젠가 떠올리려 해도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향도 그렇겠지.
언젠가 네가 내 향을 잊고 살아가는 날이 오겠지.
하지만 그런 날도 올 거다.
코 끝을 스치는 향에 빨리하던 걸음을 멈추게 되는.
떨어지는 빗방울이 멈추고
재촉하던 시계 초침이 멈추고
비로소 네가 멈춘다.
온 세상이 정지하고 한 사람만이 이 세상을 거닌다.
그 향은 네게 추억을 주고, 기억을 주고
홀연히 사라진다.
네가 붙잡으래야 붙잡을 수 없을 만큼,
이 정지된 세상에서 가장 빠르게.
목소리도, 품도 다
가장 먼저 사라지는 날 비웃었지만
나는 목소리도, 품도 할 수 없는,
너의 걸음을 멈추게 하는,
그 향이 되어 너에게 남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