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_나의 수식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다.
모든 사람은 똑같이 이름을 남기지만
우리 모두는 각자 다른 수식을 가진다.
바흐는 죽어서 음악의 아버지란 수식을 가지고,
헨델은 죽어서 음악의 어머니란 수식을 가진다.
나는 죽어서 어떤 수식을 가지게 될 것인가.
누군가 나에게 어떤 인생을 살 것이냐 물은 적이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의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내 멋대로 질문을 바꾸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사실 우리는 살아가고 있으면서 동시에 죽어가고 있다.
나는 많은 이들이 나의 죽음에 기꺼이 눈물 흘려줄, 그런 죽음을 위해 오늘도 죽어가는 중이다.
죽은 나에게 붙을 수식은 없었으면 좋겠다.
내 이름 석자만으로 날 떠올리기 충분했으면 한다.
나에 대한 기억이 흐릿해질지라도, 흐릿해진 기억마저 나의 계획이었으니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날 너무 오래 기억하지 말고,
날 너무 자주 기억하지 않았으면.
이기적 이게도 아예 잊진 않았으면.
그래도 종종 날 위해 울어주었으면.
그 눈물이 텅 빈 내 이름 앞에 떨어져 수식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