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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메랄다 Aug 17. 2022

오동통한 발레 선생님

먹는 게 낙인 사람

서른, 서른 하나 초반까지는 예술학부를 나왔다고 하면 "무용과?"라는 이야기를 먼저 들었는데 서른둘 그무렵즈음이었나 몸무게가 생에 최고치를 찍을무렵 예술학부 나왔어요라고 하면 가야금? 가끔은 수영? 하는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마트에서 과자를 고르는데 판매 직원분이 아이 간식으로 사가라고 한 것도 그 무렵 즈음이었던 것 같다. 내가 진짜 아이 간식으로 과자를 고르게 된 건 그로부터 육 년 후의 일이다.

결혼도 하기 전이 었던 나는 순간 적잖이 충격을 받고서 제가 먹을 건데요?라고 나름 앙칼지게 대답했다.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 한분이 키가 작은 학생에게는 짜리 몽땅하게 보이고 싶으면 살 빼지 말라고 하시고, 나처럼 키가 큰 편인 학생들에게는 거구처럼 보이고 싶으면 어디 더 쪄봐라 하셨다.

입시를 앞두고 몸의 선이 무척 중요하던 고등학교 시절 171센티에 52kg~55kg 사이를 오갔는데 이십오 년 정도 지난 지금은 171센티에 62kg~65kg이 나간다. 내 생각에 지금 나에게 딱 좋을 것 같은 몸무게는 근육이 어느 정도 잡힌 58kg 전후이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5~6kg 즈음 빼고 유지하는 게 아주 힘든 일은 아닌데도 좀처럼 성공하지를 못한다.

마치 오뚝이가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나는 것 마냥 체중계 앞 자릿수가 곧 "5"자가 찍히겠는데 할 즈음 식욕과 애주가의 술과 안주 욕심으로 다시 앞자리는 매우 안정적인 "6"을 유지한다.

어릴 때 거구로 보일까 봐 식욕을 참았던 게 이유인지 타고나기를 식도락을 즐기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심심하거나 스트레스를 받거나 호르몬의 영향을 받으면 여지없이 잡고 있던 식욕의 끈이 끊어져버리는 것이다. 세상에 맛있는 건 너무 많고 육아를 하면서는 아이가 잠들기만 하면 왜 그리 꼼지락대며 놀다 야식이 먹고 싶은지 나는 살 빼기 참 힘든 사람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파란색 튜튜를 입고 가면 "선생님 엘사 같아요"라고 해주고 핑크색 튜튜를 입고 가면 "선생님 오늘 예뻐요"라고 이야기해주니 오동통한 나는 삐죽 나온 뱃살을 감추며 너희는 공주님 같아라고 화답해준다. 여자들끼리 예쁘다고 칭찬해주는 것은 세대를 아우르는 룰인 것 같다.  아이들에게는 예쁜 발레 튜튜로 눈속임할 수 있기는 하지만 내 눈은 속일 수 없으니 거울을 보면 한숨이 나오기도 하고 출산과 육아를 하며 망가진 허리는 이미 디스크로 고생 중이다. 오동통한 발레 선생님도 나쁠 건 없지만 조금은 더 예쁜 라인을 만들고 건강해지면 더욱 좋을 테니 올해가 가기 전에 앞자리 수를 꼭 한번 바꿔보기로 결심했다.

아! 물론 오늘 말고 내일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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