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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메랄다 Sep 30. 2022

엄마는 가끔 집에 가는 게 두렵다

그렇다고 안 가지는 않습니다.

묘하게 하루가 꼬이고 지치는 날.

수업 내내 아이들이 유난히 산만하여 진이 빠진 채 운전대를 잡는 날은 잘 다니던 길도 잘못 들고, 차키와 핸드폰은 어디 들어가 있는지 찾느라 정신없다.

우리 몸은 필요 이상으로 음식을 먹으면 살이 잘만 찌는데 왜 잠은 저장이 안 될까. 잠도 축척되는 지방처럼 뇌 어딘가에 축적되어 피곤할 때 사용이 되면 좋을 텐데.

일을 마치고 피곤에 찌들어 집으로 돌아가는 날 문득 옆길로 새고 싶다는 실행 하지도 못할 생각을 해본다.

사람 북적거리는 포장마차에서 낄낄대며 누군가와 시답지 않은 농담으로 시간을 보내고 싶다.

아. 나의 옛날이여!

이 세상 가장 귀한 나의 보물은 아이지만 피곤한 날, 에너지가 넘쳐흐르는 나의 아이를 돌볼 생각을 하면 은근히 겁이 난다.

난 오늘 몇 번의 숨바꼭질을 해야 할까, 놀이터에서는 얼마나 놀게 될까. 오늘 역할놀이의 주제는 뭐가 되려나. 오늘도 나는 사마귀 역할을 해야 되겠지?

씻기고 먹이는 건 또 어떻고. 좀 구석구석 씻길라치면 어찌나 깔깔 웃으며 도망 다니는지 나는 넘어질까 노심초사다.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는 입을 손으로 가리고는 밥도 먹기 싫다고 도망 다니기 바쁠 거고 나는 여기저기 흩날리는 밥풀들은 정리하며 "너 갈비씨 될래? 앉아서 세 번만 먹자!" 하며 잡아 앉힐 것이다.

고작 저녁 한 끼 먹이는데 주방은 왜 이리 어지럽고 방바닥에 머리카락은 왜 이리 떨어져 있는 건지 아이 낳고 숭숭 빠진 내 앞머리인가 보다 하며 청소를 할 것도 눈에 훤하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육아와 일과 집안일은 혼자 할 수 있는 양이 아닌 것 같은데 그게 아니라면 나의 역량이 작은 걸까.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컨디션만 좋으면 사실 놀이터에서 세 시간도 놀 수 있고 목욕놀이며 이런저런 놀이를 하는 게 대수일까 하고 생각하며 아이를 픽업하러 간다.


일하는 엄마 기다리다 꼴찌로 하원을 한 아이와 나는 놀이터로 곧장 향했다.

아이는 비명을 지르며, 친구들과 깔깔대며 뛰어논다.

저렇게나 즐거울까, 나도 그 모습을 보니 즐겁고 가슴이 따뜻해진다.

집으로 돌아오던 길의 피로가 조금씩 풀리는 것 같다.

아이는 해맑고 세상 어느 것보다 밝은 빛으로 내 주변을 환하게 한다. 아이가 웃으면 나도 따라 웃는다.

실컷 놀고 안고 돌아오는 길에 아이가 품에 쏙 안기며 서툰 발음으로 "엄마 재밌었어요. 보고 싶었어요"라고 한다.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아이들이 하나 둘 하원하고 혼자 남겨진 우리 아이가  "왜 나만 혼자 있어요?"라고 물었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나는 품에 아이를 꼭 안아주며 엄마도 너무너무 너무 보고 싶었어. 엄마 일 열심히 하고 왔어라고 답해주었다.

내 품에 쏙 안긴 아들은 보니 돌볼 생각에 겁을 냈던 것이 미안해진다.

엄마가 된 지 5년 차가 되어서야 나의 시간을 아이에게 내어주는 게 아니라, 우리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행복인 것을 깨닫고 익숙해져 간다.

너와 나의 행복을 위하여 매일 비타민 한 줌씩 열심히 씹어먹으며 더욱더 힘을 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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