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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메랄다 Jul 13. 2022

예부터 어른들은 기술을 배워두라고 하셨다.

기술로 먹고살고 있습니다.

자식을 키우고 있거나,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아이들이 일곱 살 즈음이 되면 제법 소소한 농담도 할 줄 알게 되고 함께 이야기 나누는 재미도 적잖이 생기는데 가끔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까 하고 놀라움을 줄 때도 있다.


문화센터에서 나의 발레 수업을 듣는 아이중 조금 성숙하달까 똘똘하고 친구들이나 선생님의 기분도 잘 헤아릴 줄 아는 아이가 있었는데 한날은 나에게

"선생님은 어릴 때 꿈이 발레 선생님이었어요? 하고 묻는다.


나는 어릴 적에 대학 교수가 되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멋진 작품을 만들고 인재를 양성하는 대단히 멋진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나의 능력에 대한 현실을 깨닫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응 그렇지..."

나는 말끝을 흐리며 대답했다.


"그럼 선생님 되려고  열심히 연습한 거예요?"

딱히 틀린 말도 아니라서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럼 지금 꿈은 뭐예요?"


"글쎄 잘은 모르지만 한동안은 발레 선생님 계속하고 싶은데?"

다른 도전에서 대차게 실패를 맛보고 친정집 같은 회사에 돌아온 지 반년밖에 되지 않은 터라 당연한 대답을 했을 뿐이다.


그런데 대답을 들은 아이는

"선생님은 그럼 하고 싶은 거 다하면서 사네요? 좋겠다."

라고 하고는 총총걸음으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다른 대답을 해주지 못한 채 갑자기 모든 걸 다 이룬 부러운 사람이 되었다.


인생의 요모조모를 낱낱이 따져가며 미워하고 실패와 좌절에 방황한 시간도 적지 않았고,  어릴 적부터 배워 익힌 이 "기술"로 살아나가고 있는 것도 당연할 뿐이었던 나는 이 짧은 대화로 내가 익힌 이  "기술"에 대해 잠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창작의 고통을 느끼며 대작품을 만들어내는 대단한 예술가라는 꿈도 못 이뤄냈고 실패로 끝난 또 다른 도전도 쓴 약이 되었지만,  이 "기술" 덕에 돌아올 직장이 있고 이 작은 친구들과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살 수 있는 것 또한 얼마나 값지고 감사한 인지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결과가 어쨌거나 나는 하고 싶은걸 많이 도전해본 사람이 맞는 것 같기는 하다. 예리한 녀석 같으니라고.


언제인가 TV에서 이런 이야기를 보았다.

그 당시에 출연하신 분이 꽤 노령임에도 끊임없이 도전하여 이뤄낸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데 약 10년의 시간이 소요되며 인생을 80살까지로 본다면 우리는 인생에서 여러 번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 라는 내용이었다.

나처럼 재주가 많지 않은 사람에게 크게 공감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기억에는 남았다.

누구나 한 가지 일은 잘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꿈은 크게 꾸는 것도 좋지만 꼭 큰 성공을 이뤄야만 행복한 인생은 아니라는 깨달음도 있기에 나는 아이의 이야기가

맞다고 동감하기로 했다.

더불어 아주 작은 기술이라도 있다면 묵혀두지 말고 다시 꺼내어 반짝반짝하게 닦아 써먹어 보는 건 어떨지 권해보고 싶다.

내가 아이와 나눈 대화에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의 이야기를 대입해서 생각해보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지 궁금하다.

당연해서 별거 아니라고 홀대하던 내 기술이 의외로 내 인생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 주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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