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여보, SNS는 무조건 해야 마케팅이 되지! 이건 요즘 필수야 필수..!”
“나도 알지.. 근데 SNS는 진짜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모르겠어…한번 해보긴 할게!”
저녁식사 자리에 앉아 일 얘기에 열을 올리다 보면 과열된 현장이 된다.
문득, 세 살 난 우리 아이가 한 마디 한다.
“사이좋게 지내야지~!!”
아 하하..하;; 엄마 아빠 싸우는 거 아니구 진지한 얘기 하는 거야 하하;
그제야 아이에게 집중하며 일 생각을 조금 떨쳐본다.
남편의 권고사직 이후, 우리 대화에는 늘 일에 대한 주제가 많은 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남편의 권고사직. 그 후, 벌써 일 년이 지났다. 하루가, 한 주가, 한 달이 얼마나 빠르게 갔는지 모른다. 남편은 프리랜서 상업 사진가로 활동하기 시작했고, 나에게는 아마도 조금 미안하지만 역시 현재의 삶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 보인다.
내가 그렇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아무래도 일하는 그의 모습을 관찰해 왔기 때문이다.
회사에 다닐 때를 회상해 보면, 코로나로 재택근무를 꽤 했었는데 같이 집에서 일하다 보면 남편은 어찌나 업무 전화가 많은지.. 정말 하루 종일 전화를 받아야 했다. 그리고, 노트북 앞에서 주로 머리털을 쥐어뜯으면서 일하고 있었다. 주로 만화에서만 보던 머리털을 쥐어뜯으면서 괴로워하며 일하는 사람이 현실에 있다니...! 관찰자 시점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장면이었다.
그러나, 퇴사 후엔 단 한 번도 머리를 쥐어뜯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때때로 일이 몰려 노트북 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할 때도, 그는 집중했고, 자세는 평온해 보였다. 그의 머리털이 보존되는 것은 미래에 대머리 남편을 데리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것이기에 나에게도 적잖은 이득이었다.
또, 촬영장비가 정말 무겁고 많은데 (조명, 카메라, 연출물 등등) 이걸 매번 나르고 세팅하는 출장 촬영에도 남편은 꽤나 즐겁게 하는 것 같아 보였다. 물론 그 속에 고충도 많지만, 좋아해서 하는 일이기 때문일까? 그의 능력도 빠르게 성장하는 것 같아 보인다. 게다가 남편은 요즘 이런 얘기를 종종 한다.
사람은 성장을 해야 행복한 것 같아
남편의 권고사직은 과연 해피엔딩이 될 수 있을까?
수입은 들쭉날쭉하고, 홍보를 따로 하지 않아서 오직 단 한 개의 플랫폼을 통해서만 문의를 받고 있다. 그래도 은근히 바쁜 거 보면 신기한 노릇이다.
미래는 알 수 없지만, 남편은 계속해서 자기의
길을 만들어 갈 것 같다.
해피 엔딩까지는 모르겠지만,
남편은 지금, 이 과정 속에서도 행복한 건 맞는 것 같다. 무던히 노력하고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