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어쩔 수가 없었답니다.
나는 서울에서 택시를 운행한다. 카** 가맹 택시는 콜이 들어오면 '카** 티'라는 아주 경쾌한 신호음이 나온다. 제일 반갑고 정겨운 소리다. 곧이어 핸드폰에 승차 장소가 나오고 1~2초 후에 내비게이션 안내가 시작된다.
문제는 이 1~2초 사이에 발생한다.
차선 제일 오른쪽에 붙어서 우회전을 기다리고 있었고, 보행 신호가 끝나면서 난 우회전을 시도한다. 그때 울리는 '카** 티'. 길게 선 내 뒷차들이 있었기에 난 기다릴 수 없다. 손님의 위치를 확인한 순간 절로 '에이 띠바'.
직진을 하면 바로 코 앞인데 우회전으로 들어가 버렸다. 한 바퀴를 빙 돌아야 한다. 그 길은 출근시간 아파트 출구를 고이 따라가야 하고, 압구정 현대 아파트. 악명 높은 정체 구간이다.
별 수 없다. 그냥 그대로 가는 수밖에.
잠시 후 050으로 시작하는 낯선 번호로 전화가 온다. 어떤 전화인지는 이미 알고 있다. 어디세요? 왜 안 오세요? 콜 부른 지가 언젠데, 오시는 건 맞나요? 그런 류의 멘트가 흘러나올 게 뻔하다. 그럼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하고 정체가 심하다는 핑계도 대고, 취소 하셔도 괜찮습니다라고 하는 수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손님은 잠시 화를 풀어놓더니 나보고 취소하란다. 기사가 취소할 수 없는 콜이 있다. 블루로 호출된 경우에는 승차 위치에 도착해서 3분이 경과해야만 기사가 콜을 취소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블루는 호출비가 발생하니 기사가 임의로 취소할 수 없게 해서 손님을 목적지까지 반드시 모셔드리라는 조치이리라. 여담이지만 블루 호출인지 아닌지는 운행이 끝나서 조회해 봐야 알 수 있고, 이 호출비는 기사에게 오지도 않는다. 하긴 이런 경우 손님 입장에서도 배차 후 1분이 지나서 콜을 취소하면 호출비는 그대로 내야 하니 기사에게 취소를 요청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요구일 것이다.
콜 센터에 연락해서 상황 설명을 하고 손님과 기사에게 패널티 없이 콜을 취소시켰다.
처음 콜을 받고 콜 취소 완료까지 15분이 넘게 걸렸다. 아파트를 빠져나와 현대백화점까지 5분이 더 걸렸다. 아침 출근 시간대에, 비가 부슬부슬 오고 있는 나름 피크 타임에 20분은 타격이 크다.
어쩌랴 숨 한번 크게 쉬고 맘을 추스려야지.
폰에서 '카** 티' 하고 경쾌한 신호음이 다시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