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 보면

산으로 간다

by 채니아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정리가 어느 정도 된 것 같으면 글쓰기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글을 쓰다 보면 처음 생각과는 달리 글이 산으로 갑니다.

내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도 가물가물 해지면서 글쓰기 전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도 아득해집니다. 초등학교 이후 제대로 글을 써본 적이 없다 보니, 맥락도 없이 그저 공상과 망상 그 어디쯤을 헤매고 있지 싶습니다.


처음 명상을 시작할 때 호흡을 따라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애써 떨쳐 버리지 말고 그저 떠오르는 데로 흘러가게 두라고 합니다. 애써 떨구려 하면 오히려 그 생각에 잡혀 버린다고요. 마치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 하면 코끼리가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것처럼 되기에 그저 흘려버리고 호흡에 집중하라고 읽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간섭하는 많은 생각의 사공들이 산으로, 우주로 글을 몰고 갑니다. 그래도 처음 생각을 놓지 않고 다시 방향을 돌리려 해 봅니다. 그러다 문득 산 정상에 놓인 생각의 배를 보면서 '앗싸, 드디어 정상이다.'라고 위안을 삼아 봅니다.


자꾸 쓰다 보면 먼바다를 건너 최초의 마음을 발견할 수 있을 수도 있겠지만, 때론 산 정상에 올라 먼바다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도 나쁘진 않지 싶습니다. 무엇을 이루기보다는 그저 쓰는 게 좋아지기 시작해서 써봅니다. 언제까지 쓰게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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