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좋아서
택시는 운수업(運輸業)으로 분류합니다. 산업적으로는 그렇게 분리하고 있다 하더라도 기사들 사이에서는 운수업(運數業)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운전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매출이 오르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그날그날 운수에 따라 손님이 많은 날도 있고 적은 날도 있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손님이 적다고 해서 매출이 반드시 적은 것도 아니지요. 장거리 손님이 착착 맞아떨어지는 날은 좋은 매출을 기록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매출을 매일 기록하다 보면 거의 일정한 수준을 맴돌게 된다는 걸 알게 됩니다. 운이 좋은 날은 평균에서 1~2만 원 더 나오고, 운이 나쁜 날도 그만큼 덜 나오는 수준에서 멈춥니다. 한 달에 한두 번, 정말 잘되는 날은 크게 잘 되는 날도 있지만 그 반대로 되는 날도 꼭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러다 보면 매출은 운이 좋다 아니다 보다는 얼마나 더 오래 했는가에 따라 결정됩니다.
세상은 원래 불공평하고 성공은 운에 달려 있다고들 합니다.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환경과 형편이 다르고, 살아가면서 생기는 변수들이 워낙 다양하기에 그런 말이 생겼겠지요. 모든 일은 계획대로 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네요. 어릴 적 생활계획표는 실행된 적이 없었고, 직장 생활 때 숱하게 작성했던 사업계획은 단 한 번도 그대로 된 적이 없고요.
지인들과 담소를 나눌 때면 그 시절 이사를 가지 않고 집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더라면, 그때 주식이나 코인을 샀었더라면, 직장을 옮겼었더라면 지금 이렇게 살고 있지는 않았을 텐데 같은, 누구는 시절 운이 맞아서 지금은 엄청나게 성공했다더라 그런 얘기들을 간혹 합니다. 자신도 운이 약간만 있었더라면 지금보다는 훨씬 성공했을 거라고.
예전에 부자는 노력으로 되지만 재벌은 하늘이 내린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운이 많은 것을 결정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가끔 생각을 해봅니다. 나는 살아오면서 운이 좋았을까, 아니면 운이 따라주지 않았을까 하고요. 대출금은 죽어서도 갚아야 할 만큼 남아 있고, 의절한 형제가 있으며, 써니와 함께 꼬박꼬박 일을 해야 한 달 한 달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지금 상황을 보면 운이 없었다고 해야 하는 게 맞을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투닥투닥하면서도 토닥토닥하는 써니가 있고, 잘 자라서 이제 독립을 준비하는 채니가 있고, 아직 정정하신 엄니도 있고, 대출금은 한 번도 연체한 적이 없으며, 다들 일하는 평일에 오늘 같이 노들섬에서 여유자작 할 수도 있고, 새로 찾은 취미도 있는데 운이 없었다고 해야 할까요?
운이 없어 이렇게 사는 게 아니라 운이 좋아서 그것도 많이 좋아서 이만큼 살고 있지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