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들의 함성

일상의 사색

by 윤호

어깨가 아파 병원에 왔다.

넉 달 전부터 속 썩이던 어깨는 병원에서 주사를 맞고 약을 먹어도 그때뿐이다.

적게는 7만 원에서 많게는 9만 원의 실비 보험료만 뽑아먹는 강남의 시설 삐까뻔쩍한 병원을 버리고 동네의 허름하지만 오래된 병원을 찾았다.


주사를 놓지도 약을 지어주지도 않았다.

"근육이 늘어났네요. 한 번에 7초씩, 하루 40번만 해보세요."

간단한 스트레칭 자세를 알려주시고는 물리치료만 받고 가란다.

진료비는 7천 원이다. +_+


육신의 노화를 서글퍼하며 물리치료실에 누워 치료받는 동안 창 너머로 소녀들의 반복적인 함성이 들려왔다.

건너편 여고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체육대회 인가 봐요?"

"아휴, 네. 이번 주 내내 이러네요."


손님의 불편함에 미안해하는 답변이겠으나 나는 여고시절이 떠올라 슬그머니 미소가 지어졌다.

세상에는 듣기 싫은 소음과 듣기 좋은 소음이 있다.

얼마 전 기사에서 초등학교 운동회날 주민들에게 사과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민원을 넣는 주민이 있어서라는데 미친 게 아닌가 싶었다.


내 어릴 적 운동회는 동네잔치였다.

초등학교 운동회는 집안에 아이가 있건 없건 동네 사람들 모두 학교 운동장에 모여들었다.

아침 일찍부터 운동장 주변 구석에 자리 잡고 앉아 아이들이 뛸 때마다 올라오는 먼지를 뒤집어쓰고 해가 기울 때까지 먹고 놀았다.

명절이 어른 중심의 집안 행사였다면, 소풍과 운동회는 아이들 중심의 동네 행사였다.


간혹 현세대의 물질적 풍요가 부러울 때가 있지만 따뜻했던 내 어릴 적 추억은 부럽지 않다.

부럽지 않은 그 추억을 먹고 산 세대들이 조금만 더 친절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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