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 branding history
"‘스페이스 브랜딩 역사’란 '공간의 인상으로 대중에 특별한 목적을 성취한 역사'이다."
공간은 '브랜드 경험'
윌리 올린스 Wally Olins는 브랜드의 4가지 요소 ‘제품’, ‘환경’, ‘커뮤니케이션’, ‘행위’로 구분했다. 그의 구분에 따르면 브랜드의 제품은 대상물이고, 환경은 공간이며, 커뮤니케이션은 소통의 방식들이고, 행위는 기업이나 개인의 행동방식이다. 그는 환경적 요소를 ‘브랜드 경험’으로 명확히 밝힌다.1)
프랑스 센 강의 남쪽에 르봉 마르셰Le Bon Marché는 세계 최초의 백화점이다. 1883년 에밀 졸라는 이 백화점을 모델로 한 소설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이란 소설에서 “고객을 위해 만들어진, 현대 상업의 대성당”이라고 표현한바 있다. 마르셰는 상업 공간구성에 대한 표준 사례가 되었고, 파리에 ‘새로움’ 혹은 ‘유행’이라고 표현할 만한 공간적 분위기를 만들었다.
Le Bon Marché(1869) from https://girlsguidetoparis.com/2012/09/20/purely-paris-happy-birthday-bon-marche/
최초의 백화점 마르셰는 고객들이 매혹적인 공간을 경험하게 하였다. 그것을 경험한 고객이 그 인상으로 백화점으로 계속적으로 방문하게 만드는 스페이스 브랜딩을 했던 것이다. 당시 봉 마르쉐는 타깃 고객을 명확히 여성으로 특정하였다. 당시 여성들은 다닐 곳이 별로 없었다. 그들의 집이나, 부모님 또는 친구의 집, 교회 등을 제외하면 시간을 보낼 곳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
이때 마르쉐는 에펠타워 설계로 유명한 귀스타브 에펠Gustave Eiffel에게 부탁하여 백화점의 중심이 되는 크리스털 홀을 디자인하게 하였다. 홀은 화사한 조명아래 은은한 백색과 초록색이 오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이 백화점에서 여성들은 물건을 사지 않아도 친구들을 만나거나 신문을 읽고, 누군가를 위한 선물을 미리 골라 둘 수 있었다. 여인들은 신선하고 모던한 공간 즐기며 스스로가 ‘현대적이고 품위 있는 여인’이라는 파리지앤느parisienne 이미지를 갖고자 하였다.
Le Bon Marché, 14세기 19세기와 아르데코 양식의 유리 지붕 from https://www.lvmh.fr/les-maisons/distribution-selective/le-bon-marche/
라이프스타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는 김면씨는 “근대화 초기에 ‘소비’에 대한 사람들의 욕망을 일깨우고 새로운 소비패턴을 이끌며 대형 상업공간의 표준을 제시한 봉 마르셰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한다.2) 1984년 LVMH가 인수한 파리 마르셰 백화점은 여전히 공간을 통해 파리지엔느와 파리지엥을 위한 백화점의 '공간경험중심' 정체성을 진화시키고 있다.
Le Bon Marché, 14세기 19세기와 아르데코 양식의 유리 지붕 from https://www.lvmh.fr/les-maisons/distribution-selective/le-bon-marche/
스페이스 브랜딩의 역사
스페이스 브랜딩이란 용어는 현대의 상업 공간에 적합한 용어이다. 그러나 스페이스 브랜딩이 '공간의 인상으로 대중에게 특별한 목적을 성취하려 한다'는 관점으로 보면 그 역사는 매우 오래된 특별한 방식이다. 자연과 인간은 하나라는 동양적 사고와는 달리 자연을 정복과 극복의 대상으로 삼았던 서양에서 그 역사적 사례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근대이후 권력은 자본에 집중되지만 그 이전 권력은 국가, 통치자, 종교 등에 있었다. 그 권력의 이미지를 만들고, 권력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권력자들에 의해 건축 또는 공간들이 만들어졌다. 권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내적 목표를 ‘놀라운’ 건축적 형상을 통한 외적 이미지로 성취한 것이다. 그러한 역사적 스페이스 브랜딩을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스페이스 브랜딩의 역사’
"공간의 인상으로 대중에 특별한 목적을 성취한 역사"
피라미드 - 파라오의 권력
콜로세움 - 로마의 권력을 시민과 공유
중세성당 - 교황의 권위
베니스 - 상인 귀족의 부
르네상스 건축 - 과학적 혁명과 종교개혁
바로크 - 짐이 곳 국가
수정궁, 에펠타워 - 기술이 국력
아르누보 - 예술적 파리
바우하우스학교 - 근대건축의 이념적, 철학적 상징
마천루 - 새로운 세계의 중심 뉴욕, 시카코
미테랑 그랑프로젝트 - 파리를 유럽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재건
밀레니엄 프로젝트 - 영국 런던 낙후지역의 도시재생으로 국가 경쟁력 회복
그리고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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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
두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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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스페이스 브랜딩의 역사는 이어지고 있다.
고대-산업혁명 이전
불멸의 세계에 대한 파라오의 꿈을 기리는 거대한 이집트 피라미드는 4000년 이상 변화하지 않는 정체성으로 파라오의 권력을 지금도 상징하고 있다. 로마는 통치자의 권력을 시민과 나누는 정치적 제스처로 거대한 원형 경기장 콜로세움을 세웠다.
그리스도교가 유럽전역의 국교가 된 후 제정일치사회의 권력은 거대하고 아름다운 성당건축으로 그 권위를 표출하였고, 중세에는 무역의 발달로 상인 귀족들이 그들의 부를 권력화하고자 베니스처럼 인상적인 무역 도시자체를 축조하기도 했다.
과학적 혁명과 종교개혁이 시작된 르네상스에서는 피렌체의 메디치Medichi 가문과 같은 대 은행가들에 의해 그들의 위용을 상징할 수 있는 공간들이 만들어졌다. 그들은 그리스나 로마시대의 권위를 떠올리게 하는 고전적 건축 언어들을 사용해 르네상스 건축이라는 권위적 이미지를 새롭게 나타내었다.
17세기 프랑스가 가장 강력한 국가로 부상했을 때 절대왕정을 상징하는 건축물들이 태어났는데 그것이 베르사이유 궁전과 정원으로 대표되는 바로크Baroque 이다. ‘짐이 곳 국가다’라는 루이14세의 말이 공간으로 표출된 바로크는 이전과 건축과는 달리 인간의 움직임에 따른 공간적 이미지들이 탐구되었다. 공간에서 사람들이 이동할 때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공간적 인상들을 만들어낸 것이다.3) 권력을 상징하는 궁전이나 개신교에 대항해 권위를 더욱 높이고자하는 가톨릭 성당들은 이 바로크 양식을 정교하게 발전시켰다.
산업혁명 이후
18세기 말엽 프랑스 시민혁명으로 대표되는 부르주아 혁명이 제기한 세계관은 근대 건축을 태동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동시대에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에 의해 발달된 엔지니어링 기술은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건축물들을 탄생시켰다. 그 시발점은 바로 1851년 요셉 팍스톤Joseph Paxton에 의해 지어진 수정궁Crystal Palace이다.
수정궁은 국가가 가진 기술력이 국가 간의 경쟁력이 된 시대가 된 것을 공표한 건축물이다. 이 건물에서 영국은 세계 최초의 엑스포Expo라 부르는 만국 박람회를 개최하며 자국의 기술적 국력을 과시하였다. 이후 만국박람회 유치는 건축물을 통한 국가 간의 경쟁이 된다.
엑스포에서 어떤 건축적 면모를 보이느냐가 국가의 위상을 나타내게 되었다. 그 시발점인 수정궁은 유리와 주철물로 미리 대량 생산된 부재들로 6개월 만에 투명한 건축물을 대중에게 선보였다. 이는 당시의 영국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의 끝없는 가능성과 자유로움을 상징하였다.
1900년 파리에서 개최된 엑스포는 에펠타워라는 파리의 상징을 탄생시켰다. 당시 서유럽에서는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대량생산을 반영하는 새로운 미적의식이 탐구되었는데 그중의 하나가 아르누보Art Nouveau이다. 에펠타워와 함께 프랑스 영화에서 꼭 빠지지 않고 나오는 프랑스를 상징하는 이미지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기마르Guimard가 디자인한 파리의 지하철 입구이다.
그는 주철을 사용해 식물 넝쿨이미지의 유기적 장식과 구조를 결합시켜 파리의 시민들을 위한 아름다운 지하철 입구로서 예술적인 파리의 모습을 갖게 하였다. 그 예술성은 대중이 사용하는 지하철 입구 캐노피, 공공디자인으로 파리를 브랜딩 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과거에 전혀 보지 못했던 자유롭고 인상적 건축 양식은 전 유럽에 유행하게 되었다.
그 가운데 스페인에서는 안토니오 가우디Antonio Gaudi 가 북아메리카 조각들과 같은 유기적이면서도 초현실적인 건축물을 대중에게 선보였다. 이는 바르셀로나 시민들에게 카탈로니아Catalonia의 독립을 갈망하는 민족주의적 이미지로서의 건축으로 그 형상자체가 정치적인 의미를 갖게 되었다.
카탈루니아 독립갈망의 스페이스 브랜딩, Interior of Temple Expiatori de la Sagrada Família deisged by Gaudi ©김주연
근대
산업화된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로 성장하였다. 독일은 철, 화학제품, 전기산업에 대한 새로운 개념으로서 명쾌하고 경제적이며 기계적인 생산을 상징하는 기계미학적 건축물이 탄생시켰고 이는 건축의 근대 운동의 시발점이 되었다. 그중 대중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건축은 ‘바우하우스’라고 알려진 월터 그로피우스Walter Gropius의 디자인·공예 대학 건물이다.
데사우Dessau 바우하우스 대학 건축은 기능적이면서도 유리와 철, 철근 콘크리트와 같은 새로운 소재와 기술을 접목한 근대건축을 대변하는 건축으로서 이념적, 철학적 상징물이 되었다. 이후 독일 건축은 거대하고 웅장한 건물로서 나치Nazi의 새로운 질서, 새로운 세계, 새로운 인간의 표현이라는 정치적 도구가 되기도 하였다.
Dessau Bauhaus © Gregor Schuster from https://www.architecturaldigest.com/gallery/bauhaus-buildings-germany
철강으로 무장한 건축구조의 발전은 이전 상상할 수 없었던 마천루들을 탄생시켰다. 이러한 엔지닝어링 기술들이 탄생시킨 고층건물들로 브랜딩된 도시가 바로 미국의 뉴욕 맨해튼과 시카고이다.
Chicago City from https://www.perillobmw.com/the-great-city-of-chicago-il/
현대
20세기 중반 프랑스 대통령 퐁피두Georges Pompidou는 파리가 국제예술의 중심지 기능을 하고자 하는 열망으로 미술관을 건축하였는데 그것이 파리를 새롭게 인상지은 퐁피두센터Centre Georges-Pompidou이다.
이어 정치, 경제, 예술에 있어 위상의 실추를 목도한 프랑수아 미테랑Francois Mitterrand 대통령은 파리를 문화도시로 브랜딩하고자 하는 야심찬 계획으로 그랜드 프로젝트Grand Projects라고 부르는 건축적 프로젝트들을 진행하였다. 그는 역사와 전통의 도시 파리에 대규모 현대적인 건축물을 통해 과거와 현대의 조화를 꿈꾼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건축이 바로 오르세 미술관, 루브르 미술관의 유리 피라미드, 라 데팡스 개선문, 아랍문화원, 바스티유 오페라 극장, 파리 국립도서관, 라 빌레트 공원 등 현재 파리를 대표하는 대표적 건축물이다. 이 건물들은 파리를 여행할 때 꼭 방문해야 하는 파리의 명소들이 되었다. 그랜드 프로젝트로 스페이스 브랜딩 결과, 프랑스 파리는 유럽의 문화예술의 중심지로서의 위치를 회복하였다.
대규모 건축물들로서 도시의 이미지와 경쟁력을 단시간에 인상적으로 개선시킨 파리의 스페이스 브랜딩 방식은 이후 많은 도시들이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다. 영국 런던은 2000년 이라는 새로운 천년을 기념한다는 의미로서 런던 밀레니엄 프로젝트London Millennium Projects를 위해 1993년 밀레니엄 위원회를 가동하였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런던의 대표적 상징물이 되고 있는 런던 아이, 밀레니엄 돔, 밀레니엄 브리지 등이다. 그 목적은 영국 런던 낙후지역의 도시재생으로 영국의 국가 경쟁력, 런던의 도시 경쟁력을 높이려는 것이었다. 공간을 중심으로 한 도시의 스페이스 브랜딩 방식은 이후 상해, 두바이 등으로 확산되었고 현재에도 새로운 도시의 모습으로 경쟁력을 꿈꾸는 도시들에 유효한 방식으로 현재진행형 역사로 이어지고 있다.
<5줄 요약>
"‘스페이스 브랜딩 역사’란 '공간의 인상으로 대중에 특별한 목적을 성취한 역사'이다."
"역사적으로 권력자들은 권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내적 목표를 ‘놀라운’ 건축적 형상을 통한 외적 이미지로 성취하였다."
"그랜드 프로젝트로 프랑스 파리는 유럽의 문화예술의 중심지로서의 위치를 회복하였다."
"도시의 스페이스 브랜딩 방식은 현재도 새로운 도시의 모습으로 경쟁력을 꿈꾸는 도시들에 유효한 방식으로서 현재진행형 역사로 이어지고 있다."
"윌리 올린스 Wally Olins는 환경적 요소를 ‘브랜드 경험’으로 명확히 밝힌다."
1) 박미영 옮김, 월리 올린스 지음, “세상에 파고든 유혹의 기술 브랜드”, 세미콜론, 2006.2.24., 178-181쪽
2) 김면 지음, "파리, 에스파스", 허밍버드, 2014.6.2. 162-171쪽
3) 임종엽 옮김, 루이스 헬만 꾸밈, "재미있는 건축이야기", 도서출판국제, 1991.5.30., 6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