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ing Vanguard"
"스페이스 브랜딩에 있어 ‘선도적’이라는 것은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사람들의 마인드에 들어가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바로 ‘첫번째’가 되는 것이다."
선도성; 빌바오와 LA의 차이
선도적 차별화를 위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보다는 ‘무엇을 하면 안 되는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1) 비슷한 것, 따라 하기가 아닌 ‘선도적’이 왜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가 하나 있다. 미국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설계한 스페인 빌바오Bilbao시의 ‘구겐하임 미술관 Bilbao Guggenheim Bilbao, 1997’과 미국 LA시의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Walt Disney Concert Hall, 2003’의 경우이다.
1997년 완공된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2000년 새로운 천년의 도래를 건축적으로 알리는 건축물로서 쇄락한 도시를 경제적으로 살려냈다고 하여 ‘빌바오 효과Bilbao Effect’라는 말까지 탄생했으니 도시 부흥, 도시 재생을 위한 스페이스 브랜딩의 대표적인 사례가 된다. 물고기 비늘과 같은 번쩍이는 ‘티타늄Titanum’ 표피, 바람에 흩날리는 것 같은 거대한 조각, 구겐하임 미술관은 멀러서 보아도 호기심을 유발한다. 후안 카를로스 스페인 국왕은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을 ‘20세기 인류가 만든 최고 건축’이라고 극찬했다.
그 ‘선도적’ 미술관 건축 하나를 보기위해 인구 40만 도시인 빌바오에 매년 100명 가까운 전 세계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 이처럼 건축의 ‘선도적’ 이미지 하나가 도시에 선사하는 힘, 영향력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굳이 새로운 건축의 형태로서 뿐만 아니라 건축의 ‘선도적’이란 다른 것과 완전히 차별된 그 어떤 것을 의미한다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의 선도성은 '반짝이는 금속표피'
우리가 왜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피사Pisa를 방문하는가? ‘기울어진’ 희한함을 보러가는 것이다. 일반 건축물처럼 똑바로 세운 탑이었다면 사람들의 관심을 그렇게나 많이 받지 못했을 것이다. 단순히 삐뚤어진 차별점 하나로도 ‘선도적’인 스페이스 브랜딩은 가능하다. 빌바오 구겐하임 건축의 조형적 형태는 이미 프랭크 게리가 선보여 왔었던 것 이었다. 그러한 게리의 지난 건축 작품들의 연장선상에서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형태만으로는 그처럼 전 세계의 주목 받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당시 게리는 구겐하임 건축의 표면에 ‘티타늄’을 선택했다. 티타늄은 21세기 꿈의 신소재로서 항공, 우주 분야의 독보적인 소재이다. 값비싼 재료인 티타늄을 건축의 마감재로 사용한 구겐하임 건축으로 세계에서 처음으로 반짝이는 유기적 건축을 대중이 보게 된 것이다.
이 미술관이 ‘메탈 플라워metal flower’라는 애칭을 갖고 있듯이 구겐하임의 ‘선도적’인 점은 ‘반짝이는 금속표피’이다. 미술관은 바라보는 방향이나 시간에 따라 건물은 반짝임의 강도나 색의 표정이 달라진다. 프랭크 게리는 반짝이는 표피 하나로 ‘선도적’ 이미지의 건축을 탄생시켰던 것이다.
선도성을 놓친 월트 LA 디즈니 콘서트 홀
빌바오 구겐하임이 전 세계의 관심을 갖게 되자 놀라움과 탄식으로 안타까워했던 도시가 미국 LA였다. 왜냐하면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디자인은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의 오리지날 디자인을 차용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 스토리는 이렇다. 디즈니의 미망인 릴리안 디즈니Lillian Disney은 1987년 LA 시민들에게 공연장을 선물하기로 마음먹고 새로운 콘서트홀을 건립해 달라고 당시 5천만 달러를 시에 기부했다.
공연장을 위한 건축설계경기를 통해 1991년 프랭크 게리의 디자인 안이 당선되었다. 당시 게리는 디즈니 미망인이 장미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설계에 반영하여 장미꽃 잎이 켜켜이 쌓여있는 건축 이미지로 디자인 하였다. 콘서트 홀의 건설을 위한 총 비용은 2억 달러가 넘었는데 LA 카운티의 기금 모집이 원활치 않아 건설이 지연되고 있었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구겐하임 재단은 빌바오 구겐하임을 설계를 위한 건축가를 선정하기 위하여 1991년 일본의 아라타 이소자키Arata Isozaki, 오스트리아의 쿱 힘멜브라우Coop Himmelblau, 그리고 미국의 프랭크 게리 3팀을 지명설계경기에 초청하였다. 설계경기는 1주일 안에 뮤지엄 콘셉트 스케치만 제출받아 설계자를 결정하였는데, 프랭크 게리가 당선되었다. 당시 게리가 제출했던 뮤지엄 디자인 콘셉트 스케치 안은 바로 직전에 자신이 당선된 LA 콘서트홀의 장미꽃 잎사귀가 펼쳐진 디자인 이미지였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두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지만 빌바오 구겐하임은 빠른 속도로 1997년 완공되었고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자, LA시와 시민들은 이러한 상황에 자극받아 자금 모금활동과 건설을 재촉하여 결국 콘서트홀은 2004년 완공하게 된다. 콘서트홀의 표면은 본래 석재마감으로 계획되었는데 예산절감의 이유와 구겐하임 미술관 같은 반짝이는 금속표면에 대한 열망으로 LA카운티는 건물의 표면을 메탈로 바꾸게 된다.
티타늄으로 하고 싶었지만 고비용으로 인해 LA 콘서트홀은 스테인리스 판으로 마감하게 된다. 두 번째 빛나는 메탈 건축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스토리에서 알 수 있듯이 LA 콘서트홀은 세계에서 첫 번째로 메탈 플라워, 세기를 새롭게 여는 건축이 되어 수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도시가 될 수도 있었다.
여러 상황으로 인해 두 번째 메탈 건축을 갖게 된 LA 콘서트홀은 사실 많은 사람들이 건축물 자체를 모른다. 프랭크 게리 하면 떠오르는 작품이 빌바오 구겐하임, 반짝이는 메탈 건축하면 빌바오 구겐하임이 되어 버린 것이다.
경기도 가평군에 생명의 빛 예배당이 있다. 러시아산 ‘홍송’ 나무 830그루가 중력을 거슬러 돔 형태로 공중에 매달려있는 공간이다. 설계자인 프랑스 건축대학교수 신형철은 인쇄술의 발달이 종교적 공간의 영적 감동을 상실하게 하였다고 말한다. ‘홍송’ 들이 공중에 떠있음 '부양'으로 압도적이고 ‘선도적’인 영적감동의 공간이 탄생했다.
중국 친황다오시 보하이 바닷가에 모래 속 개미집 같은 미술관 UCCA Dune Art Museum이 있다. OPEN Architecture가 설계한 미술관은 아이들이 모래 파기 놀이한 흔적처럼 순수하다. 수천 년 동안 형성된 모래 언덕의 생태계를 보존하고자 하는 '원시적' 형태가 '선도적' 감동을 준다. 입구에서부터 펼쳐지는 흰색 내부공간은 관람자의 기대를 고양시킨다. 전시공간들은 하늘과 바다로 열린 창문들로 조용하지만 강력한 공간적 체험을 일으킨다.
프랭크 게리의 메탈 건축 사례를 보면 스페이스 브랜딩에 있어 ‘선도적’이라는 것, ‘선도적’인 위치를 점유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원칙임을 알 수 있다. 잭 트라우트는 말한다. “모든 것은 커뮤니케이션의 문제이다. 커뮤니케이션이 된다면 무엇이든 가능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될 수 없다.”2) “사람들의 마인드에 들어가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첫번째’가 되는 것이다.3) 스페이스 브랜딩이 성공적이기 위해서는 그 공간은 반드시 선도적인 위치, 유니크한 취향을 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5줄 요약>
"스페이스 브랜딩에 있어 ‘선도적’이라는 것은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사람들의 마인드에 들어가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바로 ‘첫번째’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왜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피사Pisa를 방문하는가? ‘기울어진’ 희한함을 보러가는 것이다. 단순히 삐뚤어진 차별점 하나로도 ‘선도적’인 스페이스 브랜딩은 가능하다."
"‘메탈 플라워metal flower’ 빌바오 구겐하임 의 ‘선도적'인 점은 ‘반짝임’이다. 반짝이는 금속 표피 하나로 ‘선도적’ 이미지가 탄생했다."
"건축의 ‘선도적’ 이미지 하나가 도시에 선사하는 힘, 영향력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굳이 새로운 건축의 형태로서 뿐만 아니라 건축의 ‘선도적’이란 다른 것과 완전히 차별된 그 어떤 것을 의미한다."
"경기도 가평군에 생명의 빛 예배당은 러시아산 ‘홍송’ 나무 830그루가 중력을 거슬러 돔 형태로 공중에 매달려있는 공간이다. 중력을 거스르는 '부양'으로 압도적이고 '선도적'인 영적 감동 공간이 탄생했다."
김주연 <스페이스 브랜딩> pp.72-76
1) 이수정 옮김, 잭 트라우트 지음, "잭 트라우트, 비즈니스 전략", 청림출판, 2004.7.15., 16쪽
2) 이수정 옮김, 잭 트라우트 지음, "잭 트라우트, 비즈니스 전략", 청림출판, 2004.7.15., 60쪽
3) 안진환 옮김, 잭 트라우트·엘 리스 지음, "포지셔닝", 을유문화사, 2016.11.30. 3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