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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기

by 짧아진 텔로미어

기울기


바닥을 괴 맞춘 책장 기울어진 꿈.

쪽이 먼저 닳은 신발의 굽.

절룩이며 균형을 지탱하는 녹슨 관절의 삐걱임.

오차범위 밖으로 밀려난 어제와 오늘의 중심.

늘 기우는 삶의 미세한 각도.


조금씩 덜어내 균형을 맞추다 보면

어느새 가장자리만 남은 삶.


눈을 감고도 알 수 있다. 곧 기울어진다는 것을.

넘어지기 전까지는 서 있다고 믿는다.

넘어져야만 비로소 놓이는 중심.


세상은, 가끔

수직으로 무너져야

은폐된 기울기를 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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