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떠난 자리일까
가을이 자랐다
빈자리를 채워 높아진 하늘
한뼘만큼 파래진 하늘
그림자가 길어진다
작별은 언제나 숨결보다 얇은 것
나무는 앓는 소리를 내며 잎을 떨구고
잎은 말 없이 떠났다
시간을 덮는 이부자리같은 낙엽위에
나를 지우듯이 누웠다
저물녘 하늘은
오래된 초상화처럼
빛 바랜 표정으로 서 있고
바람은
봉인하지 못한 시월을
문턱에 걸쳐두고 떠났다
짧아진 텔로미어의 브런치스토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