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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

by 짧아진 텔로미어

출구


어항 속 금붕어는

수백 번의 회전 끝에도 단 한 번도 출구를 맞히지 못다.

사실 출구라는 건 애초에 없다.


투명한 벽은 언제나 문처럼 보이지만 닿는 순간

굴절된 물결만 일렁일 뿐.

물에 갇힌 하늘이란 건 없는거라

부레는 흉내 낸 푸름을 들이마신 채 둥근 궤도만을 그렸다.


밖에서는 창문을 닫는 소리

계절이 옮겨 가는 발자국

모두가 다른 방향으로 향하는데

어항 속 시간은 제자리에서 증발한다.


어항 속에 시간을 부었다.


금붕어를 바라보

내 눈동자 어항의 유리벽에 자꾸 부딪친다.

출구는 벽 너머에 없다.

붕어도 나도 그 벽을 바라만 본다.

끝내 뚫지 못한 궤도 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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