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녹원에 부는 바람은
대나무의 골격을 닮았다
수직의 방향으로만 허락되어
비어 낸 마디마디를 채우고
하늘을 향해 푸른 뼈대를 밀어 올리는 바람
비우고도 더 단단해진 대나무
속을 가득 채우고도 공허한 나
곧게 서 있는 정연한 대숲은
내 영혼의 감옥 같아서
바람이 불때마다
내 굽은 마음의 형량을 선고한다
언제쯤이면
형기를 마친 굽은 마디 위에
비로소 곧게 자라나는 마음을
얹을 수 있을까
짧아진 텔로미어의 브런치스토리입니다. 삶을 진료하고 마음을 치유하고픈 가정의학과 의사입니다. 해금과 피아노를 배우며 가슴속의 말들을 '시'라는 그릇에 담으며 하루를 건너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