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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절초(九節草)

by 짧아진 텔로미어

구절초(九節草)


구월의 등성이

니의 사랑이 꽃말처럼 핀다.

연보랏빛 숨을 고르며

줄기마다 절을 고 하얗게 한들거린다.


오래 묵은 사연 흙 감추고

계절을 건 뿌리는 인고(忍苦)향이 되고

아홉 마디 넘긴 난한 몸은 구월 오면

송두리째 뽑혀 약이 었다.

세월을 달여낸 진액 닮아 쓰디쓰게 달다.


살아남는 일은

서늘한 바람 끝에 잎맥 속을 비우는 일처럼

언제나 쓸쓸하다.


손길 같은 꽃. 구절초

바람에 조용히 흔들리면

꽃잎 하나하나가 모습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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