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의 산등성이엔
어머니의 사랑이 꽃말처럼 핀다.
연보랏빛 숨을 고르며
줄기마다 계절을 얹고 하얗게 한들거린다.
오래 묵은 사연 흙에 감추고
계절을 건넌 뿌리는 인고(忍苦)의 향이 되고
아홉 마디를 넘긴 가난한 몸은 구월이 오면
송두리째 뽑혀 약이 되었다.
세월을 달여낸 진액을 닮아 쓰디쓰게 달다.
살아남는 일은
서늘한 바람 끝에 잎맥 속을 비우는 일처럼
언제나 쓸쓸하다.
어머니의 손길 같은 꽃. 구절초
바람에 조용히 흔들리면
꽃잎 하나하나가 뒷모습을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