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지 않기로 했다.
등 뒤에 닿은 너의 시선이 온통 붉게 저릿거려도
마지막 한 걸음 더
어둠이 나를 삼키게 두어야 했다.
빛의 방향이 바뀌며 완성되는 이별은
등 뒤에서 먼저 피어, 내 안의 달은 오래 울었다.
핼쑥한 얼굴로 그늘져도
둥근 은빛 얼굴로 떠올라도
언제나 사라지는 내 뒷모습으로 시작되는 꿈.
약속이라도 한 듯
침범하지 않는 서로의 부재에서
나는 어둠 속에서 해처럼 식어가고
달은 해의 체온을 품고 떠올랐다.
짧아진 텔로미어의 브런치스토리입니다. 삶을 진료하고 마음을 치유하고픈 가정의학과 의사입니다. 해금과 피아노를 배우며 가슴속의 말들을 '시'라는 그릇에 담으며 하루를 건너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