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장례식은 가을에 열렸으면 했다
내가 살아낸 삶의 온도가
죽음으로 낙하하는 계절과 맞닿게 하고 싶어서
조문객이 내 부재를 밟으며 바스락거릴 때
국화가 피어나도록
검은 옷깃에 흰 꽃잎이 떨어져
눈물인지 꽃비인지 구별하지 못하도록
국화는 여전히 향기롭지만
미처 살아내지 못한 향들이 섞여 있어서
후회의 또 다른 이름인 것만 같아서
사는 동안 내내 가을의 여백만 살아온 듯
봄빛에 깔린 내가
생의 끝자락에서야 얼마나 많은 말을 삼켜왔는지
수없이 피어난 침묵이 나를 덮었는지 보려고
영정사진 속 눈동자가 조문객들을 본다
그때 건넸어야 할 감사
잡았어야 했던 손들
바람이 내 이름에 울먹이는 소리마다
되돌릴 수 없는 후회를 불러내고
봄빛처럼 환한 채도로 내가 그리는 삶의 그림마다
아직 늦지 않았음을
헐거워진 수의가 아직 내 것이 아님을
그래서 내 장례식은 봄에 열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