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바라보는 각도가 아버지와 비슷해졌다.
허리를 굽히는 타이밍. 굽은 등의 곡선. 바람이 불면 등을 펴는 걸 잊는 유전.
의자에 앉을 때 항상 오른쪽으로 기울어졌다. 아버지가 그랬다.
불편한 척추를 중심에 두고 가문은 대를 이어 좌우 비대칭의 삶을 살았다.
웃을 때 한쪽 입꼬리가 올라가는 건 절반은 기쁨, 나머지는 침묵.
그건 병이 아니라고 의사가 말했다.
그 기울기대로 나는 자랐다.
식탁에서 수저를 쥘 때 손목은 습관적으로 궤적을 그렸다.
나는 그 궤적대로 먹고, 그 궤적대로 사람과 부대끼고, 시를 썼다.
심장보다 낮은 손목은 언제나 경건해야 한다.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눈을 돌리는 고갯짓.
그 높이를 따라가면 대대로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린다.
발자국이란 누군가의 자세를 베낀 흔적.
왼발을 먼저 딛는 습관. 뒤꿈치를 덜 대고 걷는 것.
무릎이 먼저 세상을 읽고 발끝이 뒤늦게 따라가는 것
한때는 뒤통수에 눈이 있었으면 했다.
앞만 보라고 배운 자세로는 살핀다는 기술을 배울 수 없기에.
유전된 건 뼈의 구조이지만 더 무서운 건 시야의 방향이었다.
기도문보다 몸이 먼저 엎드린다. 교회보다 더 오래된 습관.
무릎을 꿇는 각도까지 정확히 대물림된 자세다.
형질은 저항하지 않는다. 한쪽 어깨부터 먼저 무너지는 건 울음을 짊어진 자세 때문이다.
무릎은 아픔을 기억하는 관절이다. 잊지 않으려는 자세가 늘 앉은 쪽을 고통스럽게 한다.
일어서기보다 주저앉기 쉬운 계통.
우리 집 유전자는 의자보다 낮은 사람을 기억했다.
대물림된 대화법은 침묵이 아니라 방향 감각의 오류였다.
아무도 정면을 본 적 없다. 그래서 거울을 정면으로 착각했다.
한쪽 다리로만 균형을 잡는 언어의 버릇. 모든 다정한 말은 어긋난 관절을 지나야 뱉어진다.
무릎으로 전해지는 언어로 하루를 견딘다. 가장 낮은말은 가장 먼저 내 어깨에서 죽었다.
그 어깨는 귀에 닿기 위해 평생을 기울었다.
앉아 있는 쪽으로 진화한 種.
병명은 몰라도 자세만 보면 대충 누구 집안인지 알 수 있다.
물려받은 자세로 매일 거울에서 몸이 기억하는 언어를 해독한다
하루에 한 번쯤은, 어깨를 펴지 못한 유전의 침묵을 번역한다.
시를 쓸 때마다 아버지가 마음을 기울이던 각도가 겹친다
기울어진 자세로 곧은 문장을 써 내려간다.
시는 내 몸으로 복기한 자세의 언어, 가계도의 행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