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쪼개주는 이 있었으면 좋겠다 - 김선아
이를테면 가슴 혹 떼어내고 봉합한 7㎝ 흉터에
다시 재발한 3㎝ 혹 같은
넝쿨성 슬픔을 지고 가야 하나 안고 가야 하나
참으로 기막힌 말문들
쪼개고 나누고 다발로 묶어내는
분업 방식을 고안해 낸 재주 많은 이 있었으면 좋겠다
대학병원이 있고
고별, 고독, 고통이 있고
그 앞 앞마다 화환 즐비하지만
이를테면 생사의 폭발이나
슬픔의 블랙홀을
잔치국수처럼 가늘게 뽑아 누구나 한 젓가락씩 먹기 좋게
알약을 꽃향기처럼 흡입하기 쉽게
육개장 속 쇠고기만 하게
슬픔을 찢어주는 손 빠른 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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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읽고 몇해 전 여름
다른 나무들을 뒤덮은 환상덩굴을 걷어내던 때가 생각났다.
걷어 내도 걷어 내도 끝없이 딸려 나오는 환삼덩굴.
가느다란 가시에 긁혀 손과 팔, 다리에 난 상처는
가을이 한참 지나고서야 겨우 옅어졌다.
치유된 듯 보였던 상처가
다시 열리는 넝쿨성 슬픔으로 자라나는 그런 일상에서
누군가
그 슬픔을 다발로 묶어주고
잔치국수처럼 가늘게 뽑아 먹기 좋게 만들고
꽃향기 같은 알약으로 만들어주고
육개장 속 찢어진 살코기만 하게..
그렇게 슬픔을 찢어주는 사람,
그것도 손 빠른 사람이있었으면 좋겠다는 시인.
시를 읽으며 내 마음이 더 아려오는 것은
너무 담담하게 아픔과 슬픔을 적어 내려 간 이유일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