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시 7

슬픔을 쪼개주는 이 있었으면 좋겠다 - 김선아

by 짧아진 텔로미어

슬픔을 쪼개주는 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를테면 가슴 혹 떼어내고 봉합한 7㎝ 흉터에

다시 재발한 3㎝ 혹 같은

넝쿨성 슬픔을 지고 가야 하나 안고 가야 하나


참으로 기막힌 말문들

쪼개고 나누고 다발로 묶어내는

분업 방식을 고안해 낸 재주 많은 이 있었으면 좋겠다


대학병원이 있고

고별, 고독, 고통이 있고

그 앞 앞마다 화환 즐비하지만


이를테면 생사의 폭발이나

슬픔의 블랙홀을

잔치국수처럼 가늘게 뽑아 누구나 한 젓가락씩 먹기 좋게

알약을 꽃향기처럼 흡입하기 쉽게

육개장 속 쇠고기만 하게

슬픔을 찢어주는 손 빠른 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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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읽고 몇해 전 여름

다른 나무들을 뒤덮은 환상덩굴을 걷어내던 때가 생각났다.

걷어 내도 걷어 내도 끝없이 딸려 나오는 환삼덩굴.

가느다란 가시에 긁혀 손과 팔, 다리에 난 상처는

가을이 한참 지나서야 겨우 옅어졌다.


치유된 듯 보였던 상처가

다시 열리는 넝쿨성 슬픔으로 자라나는 그런 일상에서

누군가

그 슬픔을 다발로 묶어주고

잔치국수처럼 가늘게 뽑아 먹기 좋게 만들고

꽃향기 같은 알약으로 만들어주고

육개장 속 찢어진 살코기만 하게..

그렇게 슬픔을 찢어주는 사람,

그것도 손 빠른 사람이있었으면 좋겠다는 시인.


시를 읽으며 내 마음이 더 아려오는 것은

너무 담담하게 아픔과 슬픔을 적어 내려 간 이유일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