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비 구조
코로나 사태 이후 가장 급성장한 산업 중의 하나는 물류 분야일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배민 (배달의 민족)을 이용하는 횟수가 아주 많이 늘었지요. 요즘은 치킨 한 마리를 시켰을 때 배달비가 5천 원 정도 하는 것 같습니다. 이 5천 원은 배달원의 인건비와 배달 업체의 이윤으로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배달원은 건별로 배달비를 받아서 본인의 유류비를 충당하고 남은 몫을 이윤으로 가져갈 테고요. 이러한 물류비는 해외로부터 수입해 오는 경우에는 여러 가지 항목으로 나누어집니다.
긴급한 경우나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물품은 선박을 이용해 운송됩니다. 선박을 운영하는데 연료가 필요하고, 그 연료에는 유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기 중에서 황산화물의 형태로 존재하는 유황은 인체와 자연에 문제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2015년 1월에 국제해사기구 (IMO,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에서 시행된 환경보호 규정에 따라 선박 배출권 규제가 발효되었습니다. 그리고 유황 함유량 감소 규제에 따른 손실을 선사 (船社, 화물 운송 회사)는 화주 (貨主, 화물을 소유한 사람)에게 부과합니다. 이를 LSS (Low Sulfur Fuel, 저유황 할증료)로 부릅니다.
우리 삶에는 항상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지요. 물류에서도 그러한 일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전쟁이나 산유국의 담합 사건으로 인한 유가 폭등 현상이 이에 해당이 되지요. 선사에서는 이런 경우 운항비를 보존하기 위해 긴급 유류 할증료 (EBC, Emergency Bunker Surcharge)를 화주에게 부과합니다. 근래에도 이런 이유로 할증료가 많이 올랐겠지요.
또 선박 운송 중 환율 차이에 따른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환율은 예측하기가 어렵지요. 요즘같이 달러가 유로를 넘어서는 경우를 맞이하고 있는 것처럼요. 그러다 보니 통화의 가치 하락에 따른 손실이나 또는 이득을 조율하기 위해 도입된 환차 보존료 (CAF, Currency Adjustment Factor)가 있습니다.
아울러 선박 운송 중 빈 컨테이너를 옮겨오는데 따른 손실을 부과 (CIC, Container Imbalance Charge) 함으로써 수급 불균형을 맞추기도 합니다. 이렇게 살펴보면 일어날 수 있는 변수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비용을 매겨 놓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대부분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외적 요인에 의거합니다. 우리 삶에서도 항상 계획하지 않은, 바라지 않는 일들이 일어날 때가 있지요. 저는 요새 홍선기 저자의 [실패의 실력]이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책에 보면 이러한 글이 적혀 있습니다.
모든 게 임시방편일 뿐이었다.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 임시방편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천재지변과 같은 그 원인은 일개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니었다.
며칠 전에 사내 메신저를 통해 물류 담당자로부터 급한 연락이 왔습니다. 중국에 본사를 둔 업체로서 후이저우 시에 있는 공장에서 파트를 생산해서 납입을 하는데 *BL (Bill of Lading, 선하증권)이 묶여 파트 수령을 하지 못한다고 도와달라고 하였습니다.
BL (Bill of Lading, 선하증권)
선사가 탁송화물에 대하여 발행하는 화물 증권입니다. 항구에서 화물의 인도를 청구할 수 있는 운송계약서입니다.
협력사와 연락도 안되는데 당장 다음 주에 해당 라인이 끊길 수도 있다고 하였습니다. 꽤 심각해질 수 있는 문제였습니다. 우선 정확한 상황 파악을 위해 협력사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협력사에서 화물을 인도받을 수 없게끔 BL을 묶어 놓은 이유는 다름 아닌 물품 대금을 먼저 지급받기 위함이었습니다. 이제까지 어떤 거래에서도 대금을 먼저 지불한 적이 없기에 왜 이런 요청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상황을 설명하며 파트를 적시에 공급받을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하였습니다. 다행히 그날 협력사에서 가능한 한 빨리 대금 지급을 요청한다는 짧은 글과 함께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협력사에서 그러한 요청을 한 이유를 조금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해당 파트는 이번에 발주가 나가고 나면 더 이상 주문이 나가지 않을 예정이었습니다. 사실상 라스터 오더 (Last Order)인 셈이지요. 그런데 중국에서는 간혹 마지막 물품 운송 후 대금을 못 받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이미 EOP (End Of Production) 되었기에 협력사와 이슈가 발생한다고 해도 생산 라인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향후의 비즈니스를 생각해서라도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규모가 작은 곳에서는 그렇게 대금을 못 받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혹시 이번 경우에도 대금을 못 받을까 염려되어 파트 인도 전에 먼저 대금 지급을 요청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마음을 들여다보면 항상 아무 일 없고 평탄하게 삶이 흐르기를 원하는 마음이 있는 것을 봅니다. 어려움이나 갈등 없이 그저 순탄하게 삶이 흘러가기를 바라지요. 그런데 세상은 그렇지가 않은 것을 많이 느낍니다. 그리고 꼭 저만 그런 것도 아니더라고요.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여도 조금만 이야기를 들어보면 문제없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그래서 삶에 아무 문제가 없기를 바란다면 절대 이 세상에서 행복하게 지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문제가 있는 게 좋습니다. 왜냐하면 문제들이 있기에 내 마음이 마음대로 날뛰지 못하고 잡혀가기 때문입니다. 저는 삶에 아무 걱정이 없고 돈도 많아서 뭐든지 할 수 있다면 아마 머지않아 자살로 끝을 맺을 것 같습니다. (너무 부정적으로 들리실까요)
문제가 있어서 내 삶이 힘든 것이 아니라 문제를 문제로 바라볼 때 힘든 것을 알았습니다. 저는 문제가 있으면 그걸로 어려워하고 괴로워했는데, 제 주위를 둘러보니 문제를 문제로 바라보지 않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그들로부터 그런 마음의 세계를 배워가고 있습니다.
혹시 삶에 생각지 못한 일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이 계신가요? 그렇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고 노력하기보다 내 마음의 위치를 먼저 걱정과 근심에서 평안과 희망으로 옮겨 보시길 바랍니다. 참 감사한 것은 형편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마음은 얼마든지 그 속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형편이 어렵다고 마음까지 힘들게 지내지는 마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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