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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ungwon LEE Nov 04. 2022

보이지 않는데 중요한 것

개발비

저희 첫째 아이는 5살입니다. 아장아장 걷던 때가 오래지 않은 것 같은데 지금은 걷는 것뿐만 아니라 소파 위에서도 펄쩍 뛰어다닙니다. 키도 크고 표현력도 많이 늘었습니다. 한 번은 키즈노트에 어린이집 선생님이 올린 알림장에 이런 글이 적혀 있었어요. 밥 먹을 때 선생님에게 "엄마는 동생보다 저를 더 사랑한대요"라고 이야기했다고요. 그래서 선생님도 동생보다 더 사랑한다고 말해주었다고 합니다. 보고 느끼는 것이 쌓이면서 자아가 형성되어 가는 것이 보입니다.


어느 날은 할아버지 방에 조용히 들어가더니 한참 있어도 나오지 않길래 뭐하나 싶어 보니 보이지가 않는 거예요. 자세히 보니 할아버지 의자 뒤에 숨어서 휴대폰을 만지고 있었어요. (저희는 조금 일찍 유튜브를 보여 주었습니다. 둘째 딸이 아토피가 참 심했을 때 할머니께서 둘을 함께 보기가 너무 힘들어서 조금씩 보여줄 수밖에 없었어요.) 아빠와 엄마가 유튜브를 보면 안 좋다고 말하니까 숨어서 보고 있었던 거였어요. 할아버지는 혼내지 않아서 마음 놓고 그곳에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아들에게 어두운 데서 보면 눈이 나빠지니까 거실에 나와서 보라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제 멘토께서 이런 이야기를 해주신 적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무엇을 하지 말라고 해서 안 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고요. 아이 스스로도 그것이 나쁘고 안 좋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보다도 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기에 끌려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하지 마라, 하라라고 이야기하기보다는 더 좋은 것을 보여주면 그 행동과 생각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저희 부부는 첫째 아들과 둘째 딸을 앉혀 놓고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어요. 항상 그렇게 해주지는 못하지만 읽고 싶은 책을 가져오게끔 해서 읽어주면 재밌어합니다. 그리고 클레이를 사서 같이 만들기도 하고, 아내가 아이들에게 그림을 그려주면 색칠 놀이도 하고요. 저와는 몸으로 노는 것을 좋아합니다. 놀이에서 제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첫째 아이가 가르쳐 줍니다.

"아빠가 나를 공격해. 그리고 내가 안 쓰러지면, [어, 왜 안 쓰러지지? 무슨 일이지?]라고 말해"

그러고 나면 마치 슈퍼 히어로가 갑자기 힘을 내는 것처럼 저를 공격합니다. (예전엔 공격이 귀여울 뿐이었는데, 요새는 조금씩 아픕니다.) 그러면 저도 꼭 껴안아서 간지럽히기도 하고요.


둘째 딸은 자기가 발레 하는 모습을 보라고 합니다. 만화에서 발레 하는 모습을 보았거든요. 폴짝폴짝 뛰어다니고 제법 흉내를 냅니다. 그리고 음식 장난감을 갖고 와서 차려 놓고는 먹으라고 합니다. 누워서 비행기를 태워주는 것도 좋아하고요.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유튜브 보는 것보다 이렇게 노는 게 더 재밌다고 합니다. 사실 자기들도 유튜브를 계속 보고 있으면 재미없다며 아빠랑 놀고 싶다고 말하거든요.


얼마 전 어린이집 설문 조사가 있었는데, 그중에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원하는 부분을 적어 달라는 항목이 있었습니다. 상담은 아니지만 저는 이런 말을 적었습니다.

자아가 점점 형성되면서 혼날 것 같은 일은 숨기려고 하는 모습이 조금씩 보여요. 잘못한 일을 안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 말이나 자유롭게 아빠와 엄마에게 이야기해주면 좋겠어요.

저는 아이가 착하고 바른 모습을 갖추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런 모습을 갖추는 건 좋지만, 그것 보다도 아빠와 엄마, 그리고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마음을 열고 있기를 바랍니다. 저도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나쁜 짓을 안 하고 싶다고 해서 안 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부모님에게 잘해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다고 해서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마음이 서로 흐르고 있으면 행동이 따라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각오나 결심이 아니라 마음이 먼저 바뀌어야 하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기에, 눈에 보이는 행동과 말을 바꾸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중요한 건 보이지 않는 마음인데 말이지요. 이런 것은 원가에서도 나타납니다. 점점 하이테크 분야가 자동차에 많이 적용되면서 개발비가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사출품이나 브래킷류는 공정이 눈에 훤히 보이기에 원가를 분석함이 상대적으로 쉬운데, 개발비는 협력사에서 제시한 금액이 적절한지를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왜 그런지 아래의 예를 들어 살펴보겠습니다.

개발 상각비를 단순화시켜 보았습니다.

저는 R&D (Research & Development, 개발비)와 테스트 비용으로 조금 더 세분화시켜 보았습니다. 이렇게만 보면 비용에다가 이자율을 감안하여 상각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상각 대상인 비용이 합리적인지 판단하는 것입니다. R&D 비용을 아래와 같이 한번 나누어 보겠습니다.

작업 시간과 시급으로 나누었지만, 실제 이렇게 표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발에 들어가는 인력 소스가 다양하기에 각자에 따른 업무 시간과 시급으로 비용을 산정했습니다. 그런데 사출품이나 브래킷류는 이런 식으로도 어느 정도 확인이 가능하지만 사실 많은 파트에 있어 이렇게 단순화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각 담당자의 작업 시간과 시급으로 개발비를 산정하는 것은 많은 요소들을 무시하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자율 주행 시스템을 개발하는데 단순히 작업 시간과 시급으로 개발비를 측정할 순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각 파트에 대한 특성과 개발 과정을 알고 있어야만 금액에 대하여 합리적인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배경 지식과 분석 방법을 아는 것이 어렵지요. 그래서 여러 협력사의 견적을 상호 비교하여 판단 잣대에 고려하기도 합니다. 점점 더 이러한 부분이 많아지기에 전문적 지식과 이해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저는 전자공학 학사 과정을 마쳤지만, 사실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그러한 지식이 적용되고 그게 돈으로 연결되는지를 잘 모릅니다. (그래서 박사 과정이 있는 것 같아요.) 업무를 수행하고는 있지만 부족한 게 많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참 감사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이 마음의 세계를 아는 것인데, 그것을 배울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아이들과 있으면서, 그리고 아내와 있으면서 제가 보는 힘든 현실이나 제 속에서 올라오는 부정적인 생각에 끌려가지 않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



*조금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시다면? :) ↓↓

https://me2.do/FHAdZm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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