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에는 회사에서 특별한 강의가 있었습니다.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정재승 교수님의 특강이 있었습니다. 제목은 '뇌과학으로 바라보는 Mental Health Care'입니다.사람의 마음을 다루고 살피는 학문으로써 심리학이 많이 알려져 있는데요, 이는 행동에 의한 반응을 연구합니다. 그리고 뇌과학 분야는 뇌의 인지와 반응에 대한 연구를 통해 사람의 정신을 살핍니다. 오늘은 후자에 대해 강의를 들었습니다.
제가 이해한 (제 삶에 관련되게끔) 강의 내용은 다섯 개의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 키워드들은 '동기부여'와 '만족감'을 향상하는 요인들에 해당하며 일의 성취를 높이는 결과를 유도합니다. 첫 번째 키워드는 목적, 목표 (Goal)입니다.
오랜 시간을 걸어온 길이 자신이 바라는 목표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정신이 금방 무너질 수 있습니다. 내가 쌓아온 노력과 시간이 헛수고로 여기지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냥 하루를 살뿐인데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조차도 목적과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하다못해 마트에서 물건을 살 때 조차도 말이지요. 내가 속한 회사에서 임원이 되겠다든지, 또는 지금 연구하고 있는 분야에서 정상이 되겠다든지 하는 것들이 해당이 될 수 있습니다.
다음 키워드는 가치 (Value)입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가치가 있느냐는 것인데요, 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일반적인 제약 회사에서는 영업 사원들이 판매처를 늘리는 만큼 인센티브를 줍니다. 그런데 한 곳에서는 영업 직원들이 자신들이 판매한 약을 먹고 있는 환자들을 직접 만나보게 했다고 합니다. (물론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는 그대로 유지한 채로요.) 약을 먹으며 치료하고 있는 환자들과 이야기를 나눈 직원들은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의 가치를 깨닫게 됩니다. 그러고 나서는 전보다 실적이 월등히 좋아졌습니다.
인센티브 제도에 대해 재미있게 다루어 볼 이야기가 있습니다. 많은 회사들이 경쟁 구도에 맞추어 평가를 내립니다. 교수님의 이야기에 따르면 어느 곳도 얼마나 '협력'하여 일을 하는지에 대해 평가하는 제도를 갖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협력을 통해서 뛰어난 성과가 나오는데 말이지요. 정해진 시간 내에 수학 문제를 빨리 푸는 것은 사실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빨리 풀어야 될 일도 없고, 모르면 주변에 물어보면 되니까요. (가장 진취적인 대학에서조차 한 줄로 세워 평가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는 한국 교육 평가 시스템의 잘못된 점에 대해 공감이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에 이어 같이 살펴볼 키워드가 있는데요, 보상 (Reward)입니다. 보통은 보상을 많이 주면 높은 성취가 따라온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쥐를 상대로 한 실험인데요, 가장 빨리 퍼즐을 푼 20%의 집단에는 5배 많은 땅콩을 주고, 가장 느린 20%의 집단에는 전기 충격을 가했다고 합니다. 인센티브 제도는 보다 높은 보상을 얻기 위해 기꺼이 희생하고, 낮은 성취에 대한 채찍질을 피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전제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실험에서는 기존의 관념을 뒤엎는 결과가 나옵니다. 쥐들은 결코 5배 많은 땅콩을 얻기 위해 애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전기 충격을 받은 쥐들은 혼란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자녀들에게 "이번에 중간고사에서 백 점을 맞으면 아이패드 사줄게" "이번에 뭐 하면 뭘 해줄게"와 같은 보상을 약속합니다. 처음엔 부모님들이 이야기를 하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아이들이 먼저 질문을 하게 됩니다.
"이번에 시험 잘 보면 뭐 해줄 거야?"
단순 노동이 아니라 연구 분야에 일하는 사람들에게 외적 (Extrinsic) 보상은 역효과를 낳는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고 합니다. 오히려 이들에게는 자신의 성장 (Growth)과 같은 내적 (Intrinsic) 보상이 더 큰 '동기부여'가 되고 '만족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이유에서 이직을 한다고 합니다. 자신의 능력을 유지하고 나아가 더 발전시키고 싶은데 지금의 조직에선 그렇지 못하다고 판단이 될 때 그곳을 떠난다는 것입니다. 이전 세대에선 결코 생각할 수 없는 현상들입니다. 왜냐하면 능력이 더 발전될 것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현재 속한 조직과 분야에서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없음을 뜻하고, 이것은 진급을 잘할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파생된 이론이 아브라함 매슬로의 '욕구 5단계설'입니다. (참조로 이 가설이 맞는지 여러 회사에서 실제 검토를 해보았고, 단순 노동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 높은 보상을 주는 것이 성취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여러 생산 라인에서 가장 낮은 에러율을 갖고 있는 곳에 큰 보상을 주는 식으로요.)
다음으로 생각해볼 키워드는 자율성 (Autonomy)입니다. 쥐를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실험을 말해보겠습니다. 한 박스에는 두 개의 버튼이 있습니다. 하나의 버튼을 누르면 먹이가 나오고 또 다른 버튼을 누르면 중추 신경에 전기 자극을 줌으로써 성적 쾌락을 느끼도록 만들어 두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똑같은 박스가 하나 더 있습니다. 똑같은 실험 조건인데 유일하게 다른 것 하나는 왼쪽 박스에 있는 쥐는 자신이 누르는 대로 먹이가 나오거나 성적 쾌락을 느낄 수 있는데, 오른쪽 박스에 있는 쥐는 왼쪽 박스에 있는 쥐가 누르는 대로 결과를 받게 되어 있었습니다.즉, 왼쪽 쥐는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고, 오른쪽에 있는 쥐는 왼쪽 쥐가 원하는 것을 얻게 되어 있는 것이지요. 오른쪽 쥐는 평균 수명의 반 밖에 살지 못하고 죽게 됩니다. 이 실험이 말하는 메시지는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내가 원할 때가 아니라 남이 원할 때 받는 것은 죽을 맛이다.'입니다.
이와 연계해서 AI (인공지능)와 뇌의 근본 차이에 대해 잠깐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AI는 Input과 Output의 논리를 갖고 있습니다. 어떤 값을 입력했을 때의 결과를 얻는 것이지요. 반면 뇌는 Question과 Answer의 논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Input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내고 그에 대한 답을 얻어가는 것입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기 싫어하는 이유는 내가 궁금한 것이 아니라 틀 속의 지식을 억지로 받아들이려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한 번에 잘 기억이 안되고, 이를 위해 학원을 다닙니다. 하기 싫은 것을 반복하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게 또 없겠죠. 즉 사람의 수명을 갉아먹는 호르몬이 분비됩니다. 이와 반대로 도서관에서 학생들에게 2차 세계대전의 궁금한 것에 대해 답을 찾아오라고 한 다음에 서로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나면 오랫동안 기억에 남게 된다고 합니다.
마지막 키워드는 마스터 (Mastery)입니다. 내가 연구하고 일하는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것을 뜻합니다. 위대한 업적 성취는 강한 동기부여를 만들어 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기억이 잘 안 나네요...)
같은 강의를 들어도 이해하는 정도가 다 다르다고 합니다. 저는 이 강의의 어느 정도를 이해했을까 싶습니다. (20%는 이해했을까요...?) 놓친 것들이 많겠지만 제 삶과 연관시켜 얻은 내용들을 한번 정리해 보았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이런 이야기도 하셨습니다. 어린 나이에 성공을 하고 업적을 이룬 사람들은 '자기 확신'이 강해서 끝에 가서는 망할 확률이 높다고 말이지요. 저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는 말이 있습니다.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어.'
제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과 맞아떨어져서 이 이야기가 기억에 또 잘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또 하나 있습니다. 뇌는 일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제와 똑같은 삶을 살도록 뇌는 요구합니다. 새해 목표가 오래가지 않는 이유이지요. 기존에 세워진 규칙을 다 부수고 새로운 루틴 (반복적 습관)을 만들 때 변화가 찾아온다고 합니다. '내 생각'과 '감정'을 밀어내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ps. 강의가 끝나고 나서 '열두 발자국' 책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책을 읽어 보면 강의 속에서 놓쳤던 부분들, 그리고 강의에서 다루지 않은 것들을 접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 책을 읽어보고 이에 대해서도 글을 올려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