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다 나도 모르게 눈이 감길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졸음을 쫓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해봅니다. 다리를 툭툭 처 보기도 하고 기지개를 켜기도 합니다. 그리고 물을 마시고 사무실에 배치된 믹스 커피를 타먹습니다. 그래도 영 졸음이 쫓아지지 않으면 옥상에 올라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잠을 깨고 옵니다.
그런데 이 졸음은 꽤 재미있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먼저 규칙적으로 찾아온다는 것인데요, 제 경우엔 아침 일과를 시작할 때, 그리고 점심 후 오후 일과를 시작할 때 잘 찾아옵니다. 사실 저만 그런 건 아니고 많은 분들이 점심 식사 후 졸음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잠깐 잠을 청하는 분들도 있고, 산책을 갔다 오는 분들도 있고요. 그리고 저처럼 새벽 일찍 일어나는 분들은 아침에도 조금씩 졸려합니다.
졸음이 오면 참 난감합니다. 무엇을 해도 갑자기 꾸벅... 졸아버리기 때문이에요. 어쩔 때는 커피를 마시고 옥상에 올라가 바람을 쐬어도 사무실에 들어오면 다시 졸음이 찾아옵니다.
'휴 이제 정신 좀 차리고 다시 일을 시작해 볼까?'
(똑똑똑)
'누구..?...(꾸벅)....'
그런데 졸음이 찾아와도 만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졸음이 찾아왔는지도 모른 채 지나가 버리는 건데요, 바로 어떤 일에 집중하고 있을 때입니다. 졸음이 찾아왔는데 만나줄 시간이 없는 거예요.
"안녕, 나 놀러 왔어."
"어? 졸음이구나? 잠깐만 기다려줄래? 이것만 빨리 끝낼게."
"응..."
(한참 시간이 지난 후) "졸음아, 나 일 다 끝냈어."
"..."
그래서 어느 일에 집중하고 있을 때가 참 좋습니다. 일이 능률이 굉장히 증대하기 때문입니다. 집중하기 때문에 능률이 오를 뿐만 아니라 보다 많은 시간을 쓸 수 있게 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사실 집중을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해야 할 일이 있음을 뜻합니다. 일 하기를 싫어하는 본능으로 볼 때 집중하는 시간이 좋다는 것은 아이러니한데요, 감사한 건 제게 여러 집중할 일이 많이 주어지는 것입니다. 저 스스로 집중할 일을 찾으라고 한다면 아마 본능상 잠을 청할 때가 더 많을 것입니다. 찾아오는 졸음을 반갑게 맞아주면서요.
졸음이 찾아오지만 바쁘게 일에 집중하다 보면 졸음이 왔는지도 모른 채 지나가 버리는 것처럼 비슷한 일이 우리 마음에도 일어납니다.
종종, 때로는 자주 마음에 절망이 찾아옵니다. 근심, 걱정, 두려움 등등 여러 친구들이 함께 몰려올 때도 있고요. 그러면 우리 대부분은 문을 활짝 열고 반갑게 맞아줍니다. "어서 와" 하면서요. 그렇게 한참 놀다 보면 내 마음은 어느새 절망과 근심, 어두움으로 가득 차 있게 됩니다.
그런데 어떤 때에는 이 친구들을 잘 못 맞아줄 때가 있습니다. 먼저 온 친구가 있기 때문인데요, 바로 행복과 감사입니다. 마음속에 행복과 감사가 가득 차 있다 보니 절망과 어두움을 맞아줄 공간이 없어서 미안하지만 밖에서 기다려 달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고 한참 시간이 지나 찾아보려 하면 한쪽 모퉁이에서 삐진 채 앉아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어두움은 빛이 없는 상태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어두움은 아무리 쫓아내려 해도 다시 찾아오고, 또 찾아옵니다. 지치지도 않고 말이죠. 그런데 어두움을 아주 쉽게 물리칠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마음에 빛을 켜두면 어두움은 자연스레 물러갑니다.
여러 가지 일들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분들의 마음속에 환한 빛이 켜지기를 바라며, 오늘은 짧게 글을 마쳐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