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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낙태의 죄와 '의사'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

by 법무법인 정음

형법 제27장의 '낙태의 죄'는 낙태를 처벌하는 조항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해당 조항들은 사회적으로 민감한 주제인 낙태 문제에 대해 법적 규제를 명확히 하고, 낙태 행위를 한 사람과 이에 관여한 사람을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도 내려진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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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형법 제269조는 낙태를 한 여성의 처벌에 관한 규정입니다. 여성이 약물이나 다른 방법으로 스스로 임신을 중단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여성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낙태를 한 경우에도 해당하는 처벌이 적용됩니다. 만약, 타인의 도움으로 낙태를 시도하다가 여성이 다치면 3년 이하의 징역형이, 사망에 이르게 되면 7년 이하의 징역형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의사 등의 낙태, 부동의낙태

형법 제270조는 의료 전문인과 관련된 낙태에 대한 규정입니다.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등이 여성의 동의를 받아 낙태를 시도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만약, 여성의 동의 없이 낙태를 시도할 경우, 처벌이 가중되어 3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습니다. 이러한 행위로 인해 여성이 다치게 되면 5년 이하의 징역형이, 사망에 이르면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집니다. 이 경우, 추가로 7년 이하의 자격정지가 병과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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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불합치

헌법재판소는 2019년에 전원재판부에서 형법 제269조 제1항, 제270조 제1항 중 '의사'에 관한 부분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판시하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해당 결정은 두 조항이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하기 위해 낙태를 형사처벌하는 것의 정당성은 인정되지만, 입법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수단을 넘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헌법상 자기결정권은 인간의 존엄성과 자율성을 실현하는 기본권으로, 여성의 경우 임신과 출산이라는 중대한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문제에 대한 결정에 직결됩니다. 헌재는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임신 유지 여부를 전인격적으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반면에 헌법재판소는 태아도 헌법상 생명권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주체로 인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보호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고 보았습니다. 현행 모자보건법은 낙태 허용 사유를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임신한 여성이 직면할 수 있는 다양한 사회적, 경제적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하였고, 현재는 사회적, 경제적 이유로 임신의 유지와 출산이 어려운 여성들에게도 낙태에 대한 선택권이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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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불합치 결정의 의미

헌법불합치 결정은 해당 조항이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합헌적 요소가 존재하지만, 일부 위헌 요소가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입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입법자가 2020년 12월 31일까지 해당 조항을 개선입법할 때까지는 계속 적용을 명하였습니다. 만일 개선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해당 조항들은 2021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상실하도록 하였습니다.


입법자는 헌재의 결정에 따라 새로운 법적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태아의 생명보호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사이의 조화를 이루기 위한 개선입법을 통해 사회적, 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 허용 여부, 상담 요건, 숙려기간 등 절차적 요건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을 마련해야 할 것 입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국회는 관련 법률을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아, 2021년 1월 1일부터 형법 제269조 제1항과 제270조 제1항 중 '의사'에 관한 부분은 효력을 상실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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