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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그린 Apr 22. 2024

난 그냥 정원사 같은 거라니까 1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1화 (철학을 담은 드라마)

[드라마를 보다 보면 종종 삶의 철학을 다룬 내용이 가슴을 울리며 깊은 감동을 줄 때가 있습니다.

분명 좋았었는데 오래오래 그 감동을 기억해야지 했는데 생각보다 쉽게 잊히고 맙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멋진 장면과 감동의 대사들을 남겨 두려고 합니다.

다시 들춰 볼 수 있도록 말이죠.]





*소녀 신: 난 그냥 정원사 같은 거라니까.

심고, 물 주고, 간절히 기다리고 그게 다야.


*멸망: 그래서 책임이 없으시다!


*소녀 신: 어떤 건 싹조차 피지 않아.

어떤 건 늦게 피고,

어떤 건 피었다 금방 져버리고,

어떤 건 약초, 어떤 건 독초.

어떤 건 주변 모든 것을 죽이기도 해.

그게 내 탓인가?


*멸망: 뽑아버려! 골라서 심어!

그중 어떤 건 특별히 더 아끼라고!



*소녀 신: 정원이 정원사의 것은 아니야.


*멸망: 그럼 난, 당신의 정원에서 난 뭐야.


*소녀 신: 넌 나비. 내 정원의 꽃을 위한.







산책을 할 때 나무, 풀, 꽃을 보며 드라마 대사 내용과 같은 생각을 자주 했었다.

무심코 보면 그냥 나무고, 풀이고, 꽃인데 공들여 유심히 바라보면 보였다.

그것들은 같은 종류였어도 정확히 같은 크기나 모양은 단 하나도 없었다.


처음에 어떻게 심어지고 뿌려져서 싹이 피었는지는 몰라도 그곳에서 각자의 운명대로 자라나다가 무언가에 의해 꺾이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했을 것이다.


그리고 내 눈에 보이는 그것들은 그 많은 상황에서도 기어코 살아남아 어떤 것은 겨우겨우 또 어떤 것은 화려하게 살아가는 것들을 보았다.


나무나 풀, 꽃들의 모습이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고 생각을 했었다.



드라마에는 정원과 화분이 나온다.

정원사는 신이다.

정원사는 나무나 풀, 꽃을 심는다.

그것들은 사람이다.

우리는 나무고 풀이고 꽃이다.


정원사가 똑같이 심고, 물 주고 기다려도 그들의 운명은 다 다르다.

심은 것은 정원사이지만 정원이 정원사의 것은 아니다.

신이 사람을 만들어 내지만 세상이 신의 것은 아니다.

사람은 저마다의 운명에 따라 살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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