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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그린 Apr 25. 2024

인간관계가 맛있기는 참 어려운 거다

모임이 맛있기를 바라는 것은 더 욕심이다



음식은 그 종류에 맞게 간이 조화롭고 조리가 잘 되어야 맛있다고 느낀다.


건강에 좋은 재료끼리 섞어 만들더라도 적절한 양념과 조리가 없이는 맛있는 요리가 완성되지 않는다.


과연 이 재료가 어울릴까 싶은 음식도 만드는 방법에 따라 두 눈이 커지게 훌륭한 요리가 되기도 한다.


보기에는 예쁜 디저트인데 베이킹 재료들의 배합이 이상하면 행복을 주는 달달함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인간관계도 그런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그 사람 참 좋더라' 인정 하는 좋은 사람끼리 있어도 막상 함께 있을 때 적절한 간이 생기지 않고, 조리할 맘도 생기지 않아 세상 불편한 관계로 머물 때가 있다.


MBTI의 극 E와 극 I의 성격으로 너무 안 맞을 것 같은 사람과는 또 의외로 만나기만 하면 저절로 간이 맞춰지고 조리가 되는 최고의 궁합 인연이 되기도 한다.


세상 다정하고 친절함을 갖춘 사람끼리 만나면 최강 달달 인연이 될 것 같지만 너무 달아서 목이 따갑거나 섞이지 않는 묘한 다른 종류의 향으로 거부감을 느끼는 관계도 있다.



그러니 인간관계가 맛있기는 참 어려운 거다.

둘만 섞여도 어려운데 여러 명이 함께 있는 모임이 맛있기를 바라는 것은 더 욕심이다.


음식 중 이것저것 재료가 섞여 있는 요리를 떠올려 보면 나는 잡채가 떠오른다.

당면, 고기, 계란, 버섯, 당근, 양파, 파프리카 등등 다양한 채소와 집집마다 사용하는 여러 양념들.


무슨 무슨 잡채라고 칭하며 만드는 그 요리 안에 들어가는 재료는 당면을 제외하고는 다양하게 사용된다.

양념도 각자 다르게 사용한다.

조리과정도 다 다르다.

그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만들어진 잡채인데도 신기하게 대부분 맛있다.


그 이유는 기본을 지켰기 때문일 것이다.

잡채는 당면과 간장베이스가 중심이 되어 전체 맛을 이끌어 간다.

나머지 재료들은 그 기본의 맛을 헤치지 않은 선에서 튀지 않고 어우러지게 맛을 더한다.


고기, 계란, 채소가 서로 주인공을 하기를 원했다면 우리가 인정하는 맛있는 잡채를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요리의 주제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조연과 단역의 역할을 제대로 해 내야지만 훌륭한 맛이 된다.


인간관계에서도 그 모임의 주제에 맞게 지내야 한다.

개인이 너무 돋보이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아무 맛도 아닌 존재보다는 어우러지는 어떤 노력을 해야지만 맛있는 모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노력해도 간혹 싱겁거나 짜거나 이상한 맛이 날 수도 있는데 그건 그때그때 조절해서 맞춰야 할 일이다.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노력을 하다가 인간관계에도 맛있는 관계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글을 남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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