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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그린 Jul 15. 2024

모임약속 정할 때 '나는 다 좋아'라고 하지 마요

다 좋은 건 없잖아요. 배려 아니고 무책임한 말


다음 달에 만나자 하여 다음 달이 되었고,

2주 후에 만나하여 주가 되었다.

그간 사람들과 거리를 좀 두고 싶은 마음에 최대한 모임을 미룬 느낌이 있어서 이번에는 살짝 적극적으로 단톡방에 글을 올렸다.


"우리 이번주에 보기로 했는데 언제 어디에서 볼까요? ^^"

밝음을 알리고 싶어 눈웃음도 잊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내향인이지만 필요에 따라 외향적 인간으로도 살아간다.


지난달에는 모두가 적극적으로 보자고 난리였고, 2주 전에도 빨리 보고 싶다고 톡이 시끄럽더니

막상 때가 되어 구체적으로 질문글을 올렸는데 모두 다른 사람들이 된 듯 일정 기간 묵묵부답.

그러다가 한 명씩 소극적인 답을 달기 시작한다.

나는 이번주는 무슨 요일만 가능하다는 내용들.

아무리 맞춰봐도 좁혀지지 않아서 그다음 주로 간신히 맞췄다.

장소와 시간은 정하지도 않은 채 또 묵묵부답.


지난주 첫 톡을 적은 순간 나는 다시 예전의 나로 돌려놓아버렸다.

나만 그들을 보고 싶어서 목을 매고 만나자고 한 꼴이 돼버렸다.


당장 내일이 만나는 날인데 장소와 시간을 정하지도 않았고 톡에는 아무도 말이 없다.

제3의 눈으로 나를 내려 본다면 '그냥 너도 가만히 있어'가 정답이다.

그런데 동네 엄마들의 사회에서 튀지 않고 싶은 일말의 욕심이 문제다.


 아휴.. 정말 이번만 내가 진행한다. 머리를 쥐어박으며 다시 톡에 글을 적었다.


"우리 내일 만나지요? 장소와 시간을 정해야죠! 평소 가보고 싶었던 있었다면 적어 보아요~"라고


예전에는 에너지가 넘쳤는지 신상 맛집이나 특별한 곳들을 찾아보고 톡방에 선택할 수 있도록 나열했다.

그러나 장소 선택에 있어서 책임을 져야 하는 것도 내 몫이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상대에게 내 제안들이 강요가 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좀 기다리기로 했다. 그들이 먼저 장소를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싶었다.


하지만 예상했던 톡들이 올라온다.

"나는 다 좋아."

"장소와 시간 정해지면 참석할게"라고.


이런 문장은 겉으로 보면 배려 같지만 따지고 보면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고 책임을 지고 싶지 않다는 심리가 내포된 문장이다.

그전의 톡들에서 적극성을 보일 수 있는 사람들이기에 정말 만남을 원한다면 좀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일이 있어서 못 볼 것 같다고 하는 편이 배려다.


아... 역시 사람들은 쉽게 변하지 않는 건데 한동안 떨어져 있어서 잠시 망각한 내 탓이다.


반나절에 걸쳐 힘들게 장소와 시간을 맞췄다.

그러나 곱게 넘어갈 리가 없다.

10분 늦을 것 같다 / 먼저 먹고 있어라 나중에 합류하겠다 / 2차에 합류하겠다 등등.


'나는 다 좋아'라고 말하던 사람들은 만나기 두 시간 전에 이런 톡들을 남겼다.


이로써 또 한 번 확실하게 깨달았다.

그들은 이 모임을 그리고 나와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고 있지 않구나.

참으로 섭섭하고 착잡하다.


사회성 좋고 센스 있는 사람으로 살아남고 싶었으나 그것은 큰 욕심이었다.

이 욕심, 전에 내려놨던 대로 다시 곱게 내려놓고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는 편이 나를 돌보는 길일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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