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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이 주는 무상함

어제는 있었어도 오늘은 없을 수 있는 게 인생 같다.

by 글구름



목소리와 말의 문장이 너무 좋아서 1년 이상 의지하게 되었던 필라테스 선생님이 갑자기 그만두셨다.


지난주는 개인적으로 일이 많아서 늘 가던 시간에 운동하러 가지 못했다.

언제나처럼 그 시간에 맞춰 가면 그분과 함께 하겠지 하며 편안한 맘으로 갔는데 어제까지는 계셨고

오늘부터 안 나오신다고 했다. 아마 내부 갈등이 있었던 듯싶어 더 깊게 묻지도 못했다.


인사도 못 나누고 이별이라니...

사적인 친분은 없었지만 그래도 꽤나 오랜 시간 반복된 관계와의 헤어짐은 언제나 아쉽고 서운하고 속상한 감정이 너무나 크게 다가온다.


이런 일이 생기기 이전 아무 일 없이 평화롭게 운동하던 어떤 날에 난 분명 그런 생각을 했었다.

오늘은 이렇게 기분 좋게 만나서 함께 운동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무슨 이유에서 그분이 먼저든 내가 먼저든

이 공간을 떠나고 헤어지겠지... 이렇게 생각했던 날이 있었는데 그날이 바로 오늘이 되었다.


막연하게나마 맘 한쪽에선 늘 대비를 하고 있었음에도 이별은 이렇게나 섭섭함을 넘어 무상함을 남긴다.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주변인들과도 앞으로 하염없이 이 과정을 겪어 나가겠구나.. 그런 생각도 하게 된다.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우린 반드시 헤어질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오늘도, 내일도 옆에 있을 거라고 믿으며 살아가는 듯하다. 그래야 오늘을 그나마 편안한 맘으로 잘 보낼 수 있을 것이어서 그런 걸까..


그러므로 가능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친절과 빛을 주변에 나눠야겠다고 또 다짐해본다.

그래야만 어느 날 갑자기 그날이 오더라도 조금은 덜 아쉬워하며 떠날 수 있을 테니까...


2023.5.1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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