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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그린 Feb 13. 2024

나는 이제 어느 길로 가야 할까?

마흔 후반에는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갈 것인가.



진득하게 앉아서 글을 쓰고 싶은

마음에 자꾸만 미루다 보니

새로운 발행이 점점 뜸하게 된다.

오늘은 잔잔하게 나를 적어본다.

혹시라도 글을 써 내려가다 보면

생각정리가 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드디어 긴 연휴가 끝나고

이제야 일상의 내 시간을 찾았다.

음력 1월 1일까지 지나버렸으니

한 살을 더해야 할까?

아니면 생일이 지나야 진짜 나이 한 살

더 들었다고 해야 하는 걸까?

작년부터는 만 나이를 실제 나이처럼

말하라고 하는데 어느 것이 내 나이인지

언제가 바뀌는 시점인 건지 혼란스럽다.



매년 내 기준 사람들 사이에 버무려져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마흔이 훌쩍 넘고

내 삶을 돌아보게 된다는

그 어느 날이 나에게도 왔었다.

그날 이후부터는 일상을 살아가는

사이사이에도 이제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더 나을까를 생각하게 되었다.


자동적으로 삶에 대한 자세나

마음을 다스리는 책,

인생을 돌아보는 책, 그것을 다 아우르는

철학책을 집어 들었던 것 같다.

마치 예전부터 그렇게나

책을 좋아했던 사람인 것처럼

머리를 끄덕끄덕 하며 속 깊은 곳에서

아!! 하며 육성으로 깊이 공감하고,

감동받고, 깨닫고 있는 나를 자주 만나게 된다.

그런 내가 가끔은 너무나 우습고

어떤 날은 성장하고 있는 느낌이 나서

 스스로 대견하기도 하다.










20대의 본업은 그래픽 디자이너였다.

그 능력을 활용하여 제품 디자인을 했고,

함께 일 했던 동료와 제조회사를 만들었으며

마트유통과 마트 입점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온라인 쇼핑몰까지

운영했었다.


그런 일들을 하는 동안 남들처럼

결혼과 임신, 출산, 육아를 정신없이 해냈다.

과거의 나는 사업의 성공여부를 떠나서

바쁘게 살고 있는 내가 꽤 멋지다고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수많은 워킹맘들이 겪는

고민을 나 또한 겪어야 했다.

육아와 일의 균형에서 오는 내적갈등과

시간으로부터 쫓기는 압박 속에서 매일 살았다.


갓난아기였던 아이가 성장하면 할수록

깊은 정이 들었고, 나이가 들면서

그동안 살아가던 삶 속 중요함의

순위는 그 위치를 바꿨다.


인생에 있어서 30대 시절에 중요한 일들이

아주 많지만 나는 일의 비중을

줄이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내 인생에 아이는 하나뿐인데

꼬꼬마시절의 나의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도

내 삶 속에 단 한 번뿐이라는 생각에

그 특별한 기간을 놓치게 될까 봐

조바심이 났었다. 


게다가 이 기간은

내 아이의 평생 무의식에 남을

중요한 기간인 것도 확신했다.

이 두 가지 생각이 합쳐져서

30대 중반 이후로는 일에 대한 열정이

자연스럽게 식었던 것 같다.


마음이 식어서인지 능력이 거기까지였는지

사업은 점차 축소되었고,

코로나가 확산되기 직전

온라인 쇼핑몰만 남긴 채

오프라인 사업장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으로 나의 화려한 

워킹맘 시대를 마감하였다.







사업장을 접으면서도

여전히 맘 한구석에는 일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약간의 제품들과 쇼핑몰을 살려두었다.

그것은 꺼진 듯 꺼지지 않은

향 불씨 같은 것이었고, 

나의 마지막 자존감이라고

있는 부분이었다.


언제든 내 마음에 불꽃만 다시 일어나면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세금을 지불하며

사업자를 유지하고 있는 내 자존감 불씨다.


사업장을 정리하고 난 후

어린이 시절의 아이와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었다.

아이가 학교나 학원에 가 있는 여유 시간에는

그동안 일에 묶여 있어서 가보지 못했던

SNS 핫플 리스트를 도장 깨기 하며

  온몸으로 만끽하며 보냈다.




마치 어딘가에서 불러 준 것처럼

목적지를 찾아다니며 내 맘대로

서울구경을 열심히 하고 다녔다.


 새로운 카페 또는

예쁜 카페 가는 걸 좋아하고,

사진 찍고 글로 남기는 걸 좋아하는

오랜 블로거였다.


여행, 사진, 글쓰기 여가의 삼박자가

딱 맞는 싸이클로 맘에 드는 카페에 앉아서

그날의 기록을 남기며 온라인 속 친구들과

교류하는 일상이 세상 그렇게나 즐겁고

적성에 딱 맞았다.


그 당시에는 어차피

코로나 기간이니까 이참에 쉬어가자.

아이가 아직 어리니까 최대한 시간이

추억을 만들자.라고 이유를 붙이면서

적성에 딱 맞는 그 생활을

이어온 지 벌써 4년째다.


그러다 서서히 코로나 시대는 끝이 났고,

어린 시절의 아이도 이젠 중2 청소년이 되어

예전만큼의 큰 보살핌이 필요하지

않은 지금의 시기까지 와버렸다.


구정연휴까지 지났고

부정할 수 없는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실감한 지금,

나는 변화의 시기를 맞이할 때가

또 되었구나를 인지하고 있다.


 이제 나는 어느 길로 가야 할까?

결국 불씨를 키워야 할 때가 온 것인가?

아니면 앞으로도 계속

적성에 딱 맞는 이 이 생활을 누리며

살아가도 되는 것인가?


사실 사무실을 정리한 이후로

지금까지 마음의 소리를 들으려고

매 순간 애를 썼다.

그러다 오늘까지 온 것이다.

나의 마음의 입은 여전히 무겁다.

이 글을 적으면 어느 정도

입을 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무겁다.


그나마 글을 써 내려가며

어렴풋이 드는 생각은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열정의 비율이 너무나 비슷해서

하나의 길을 결정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40대 중반 이후에 다시

자기 일을 시작하는 주변인들을 보면


*돈이 필요해서 일을 하는 경우

*삶이 무료해서 일을 하는 경우

*꼭 해보고 싶던 일을 드디어 실천하는 경우


내가 지켜본 경우는 이 정도인 듯하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 보면

현재의 나는 어느 쪽에도

마음이 기울지 않는다.


이것이 마음의 입이 소리를

못 내는 이유이기도 한 것 같다.





이럴 때는 좀 더 기다리면 되는 것일까?

나는 어느 길로 향하면 될까?


오늘도 일상을 살아가며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본다.



(2024.2.1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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