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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그린 Feb 02. 2024

인연을 끊고 살던 친척의 청첩장에 내적 갈등의 결과는?

본성을 억누르니 슬픔이 엄청나더라....



인연에 대해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살다 보니 글로 적기에도 속상한 사연으로 인해

친정오빠네를 제외하고, 친가 쪽 인연들과는 일체 연락을 끊고 살아간 지 수년째입니다.


친정오빠로부터 전해받은 사촌 오빠의 딸 결혼식 온라인 청첩장을 확인 후, 내 안에 살고 있는 여러 자아들이 며칠 동안이나 100분 토론을 벌인 듯합니다.

 

어차피 이어 갈 인연이 아닌데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있을까?

관계를 끊으려면 차갑게 단칼에 모든 것을 차단하는 것이 낫지 않겠어?


그래도....

과거 어린 시절 명절마다 함께했던 추억도 소중하고  우리 집 대소사 때 도움 받은 것도 분명 있는데 자식 결혼식 같은 큰 행사에는 마음을 보내는 것이 사람의 도리 아니겠나?


직접 참석할 것이 아니라면 축의금 정도만 보내는 것이 적절하지 않겠나?

그동안 교류도 없었고 당연히 나라는 존재를 배제하고  잘 살아가던 친척인데 축의금은 5만 원 정도면 적당할까?


원래 가진 정 많은 성격이 나온 날이 여러 날이라면, 또 반대로 그동안 나름의 방법으로 마음공부하며 배웠던 인간관계 내용처럼 [보낼 인연은 뒤돌아 보지 말고 쿨하게 보낸다.]를 실천하려고 하는 자아도 여러 날 나온 듯합니다.


그리고 드디어 이번 주말이 결혼식.

친정오빠가 물었습니다.

결혼식에 갈 거냐고....


저는 결혼식엔 가지 않을 거라고 속마음을 잘 전달했습니다.그때는 축의금을 보낼 생각도 접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친가 쪽 행사에는 참석할 마음이 없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마음을 전하고 나니 마음이 이상합니다.

분명히 하려던 말을 제대로 전했는데 이상하게 슬픈 마음이 크게 올라왔습니다.


저는 다정하고 따듯한 사람을 좋아합니다.

저 또한 누군가에게 그러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그렇게 살아가려고 하고 또 그렇게 사는 게 마음이 편합니다.


그런데 며칠을 고민해서 내린 마음속 결정으로 답을 하고 나니 원래의 저를 잃은 느낌이 나서 속시원함은 커녕 슬픈 마음만 크게 올라왔습니다.


저는 속에서 출렁이는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그동안 며칠을 고민했던 축의금의 액수를 1분도 생각하지 않은채 사촌오빠 계좌로 10만 원을 송금했습니다.


그리고 친정오빠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결혼식에는 가지 않지만 축의금은 보냈어.

축하한다고 잘 전해줘.]라고 말이지요.


친정오빠는 메시지로 웃는 표시를 남기는 사람이 아닌데 저의 메시지에 바로 답을 보내왔습니다.

[그래 알았어^^]라고요.

 

그제야 일렁이는 슬픔의 마음이 잔잔해졌습니다.


사람의 본성을 인위적으로 바꿔서 살아가는 것은 그렇게나 슬픈 것임을 또 알게 되었던 순간입니다.

 

10만 원이라는 돈이 중학생 아이를 키우는 현재 상황으로서 솔직히 적은 금액은 아닙니다.

그러나 저를 저버리면서까지 아낄 만큼의 지출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내 안의 따뜻한 사람이 전합니다.

[사촌오빠의 큰 딸이 모두의 축하 속에 아름답게 결혼식을 잘 마치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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