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미오와 줄리엣>
누구나 한 번쯤은 젊은 날의 첫사랑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을 텐데요. 생각나는 사랑이 있나요? 혹시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일까요? 아니면 아련한 추억 속에 있나요? 비가 올 때나! 커피잔을 들면, 아님 가을처럼 계절이 바뀌면 등등 특별한 때나 장소에서 문득 떠오르는 사랑이 있는지요?
사람들은 꿈꾸던 아름다운 사랑을 영화나 드라마, 소설 같은 허구에서 발견하거나 기대하기도 하죠. 또는 지난 사랑을 그리워하며 대리 만족을 할 수도 있는데요. 영화나 드라마, 소설이 인기를 얻는 이유가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수백 년이 지나도 인기 있는 사랑학 개론 같은 것이죠.
사랑을 주제로 이야기한다면 맨 첫 꼭지와 마지막 꼭지는 늘 <로미오와 줄리엣>이 될 겁니다. 그만큼 사랑이라는 감정이 갖는 끌림, 열정, 성스러움, 희생 등의 속성이 잘 나타나 있어 보입니다. 더구나 그 사랑이 비극이기 때문에 더 애틋하게 여겨지는 게 아닌가 싶어요.
<로미오와 줄리엣>은 영화나 연극으로 정말 많이 만들어졌습니다.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의 1968년 영화는 레오나드 화이팅, 올리비아 핫세 주연에 니노 로타 음악 감독의 선율, 다닐로 도나티 의상 감독의 고전미 넘치는 멋진 의상을 더해 명작으로 꼽히죠. 얼마 전에 고인이 됐지만 당시 16세의 올리비아 핫세의 매력은 언제 봐도 최고입니다. '영원한 줄리엣'이죠!
1996년 바즈 루어만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클레어 데인즈 주연의 영화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1968년 작품을 더 좋아하는데요. 올리비아 핫세 때문만은 아닙니다. 대사가 원작에 가장 충실해 셰익스피어의 메타포와 주옥같은 명대사로 이루어져 있고, 남자들의 레깅스를 비롯, 의상도 가장 고전적이기 때문입니다. 소설을 읽는 느낌이 물씬 나며 영화라기보다 연극 같아요.
셰익스피어의 희곡 가운데 비극으로 너무나 잘 알려져서 자세한 줄거리는 생략하고, 간략히 보면 중세 이탈리아 베로나의 두 원수 같은 집안 몬태규와 캐풀렛 집안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사랑에 빠지고 죽음에 이르러서야 양가의 화해가 이루어진다는 줄거리입니다.
셰익스피어가 1590년대에 썼을 것으로 보이니까 조선의 임진왜란 때 쓴 희곡이죠.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인기 최고입니다. 이 영화를 통해 보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사춘기의 불꽃 같은 사랑' '목숨을 건 사랑' 등등으로 정의할 수 있겠는데요. 14살 소녀가 수줍어하면서도 마치 중2병에 빠진 듯 열병을 앓는 듯한 '사랑'에 대한 정의(definition)! 5일 간의 사랑입니다.
이 영화의 명장면, 명대사는 많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무도회에서 로미오가 줄리엣에게 첫눈에 반해 키스를 청하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줄리엣에게 첫눈에 반해 바짝 달아오른 엉큼한 로미오의 모습은 마치 판소리 '춘향가'에서 이몽룡과 춘향이 첫사랑을 나누는 대목 즉, '늙은 범이 살찐 암캐를 물어다 놓고 이는 다 담쑥 빠져 먹들 못허고 으르릉 아앙 넘노난 듯...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하며 닷새를 보냈다는 스토리가 연상되어 재미집니다. 공통점이라면 풋풋하면서도 농익은, 수줍어하면서도 능숙한, 가르쳐주지 않아도 잘 아는 셰익스피어가 묘사한 로미와 줄리엣의 사랑 같아요. 또 하나의 명장면은 둘이 담장에서 헤어지기 아쉬워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격하게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을 나무가 달달 떨리는 영상으로 보여주는데 감독이 해석한 ‘사랑’으로 보이죠.
무도회에서의 명장면인데요,「로미오와 줄리엣」 OST 니노 로타의 러브 테마 What is a youth를 부르는 가운데
(로미오가 줄리엣을 찾아 그녀의 손을 잡고)
“나의 천한 손이 성지를 더럽혔다면, 이것은 가벼운 죄이니 부드러운 입맞춤으로 그 더러움을 씻어드리리다.”
"If I profane with my unworthiest hand, This holy shrine, the gentle sin is this. My lips, two blushing pilgrims. ready stand to smooth that rough touch with a gentle kiss."
(그러자 줄리엣은 손등에 키스도 뿌리치며 수줍어하는데)
“착한 순례자여, 손을 탓하지 마시오...... 손바닥을 마주치는 것도 순례자의 키스가 되나이다.”
"Good pilgrim, you do wrong your hand too much,...And palm to palm is holy palmers' kiss."
(그러자 로미오는 포기하지 않고 들이대는데)
“성자에게는 입술이 있는데 순례자에게도 있나?”
"Have not saints lips, and holy palmers too?"
(줄리엣은 여전히 수줍은 듯)
“아이, 성자여, 입술은 기도를 위한 것이거늘.”
"Ay, pilgrim, lips that they must use in prayer."
(로미오가 좀 더 적극적으로 엉큼하게)
“오, 성자여! 손바닥이 한 것처럼 입술도 하게 하소서. 입술의 기도를 허락하여 주소서. 믿음이 낙담하지 않도록.”
"Well, then, dear saint, let lips do what hands do. They pray, grant thou, lest faith turn to despair."
(줄리엣이 한 번 더 밀당하듯)
“설사 소원을 들어준다 해도 성자의 마음은 움직이지 않아요.”
"Saints do not move, though grant for prayers' sake."
(그래도 엉큼한 로미오가 키스를 하며)
“그럼 움직이지 마시오. 내 입술의 기도가 효험이 있을 때까지.. 이로써 그대의 입술에 의해 내 입술의 죄가 씻어지리다.” (키스)
"Then move not, while my prayer's effect I take. Thus from my lips, by thine, my sin is purged." (kiss)
(키스 후 줄리엣이 수줍게 미소를 띠며)
“그럼 제 입술이 그 죄를 간직하겠군요.
"Then have my lips the sin that they have took."
(그러자 로미오가 그 죄를 돌려 달라며)
“제 입술에서 죄가? 진정 달콤한 꾸지람이군요. 그 죄를 다시 돌려 주소서.”(진하게 다시 키스)…
"Sin from my lips? O trespass sweetly urged! Give me my sin again. Oh! Agh! Ugh!" …
<로미오와 줄리엣> OST 니노 로타의 러브 테마 What is a youth도 명곡이며, 두 사람이 처음 만나는 위의 장면은 두고두고 다시 보고 싶은 명장면으로 봅니다. 참고로 What is a youth 가사도 덧붙입니다.
<♪ What is a youth?>
What is a youth? Impetuous fire. What is a maid? Ice and desire. The world wags on.
A rose will bloom, it then will fade. So does a youth. So does the fairest maid.
Comes a time when one sweet smile. Has its season for a while. Then Love's in love with me.
Some may think only to marry. Others will tease and tarry.
Mine is the very best parry, Cupid he rules us all.
Caper the caper; sing me the song. Death will come soon to hush us along.
Sweeter than honey and bitter as gall, Love is the past time that never will pall.
Sweeter than honey and bitter as gall, Cupid he rules us all.
A rose will bloom, it then will fade. So does a youth. So does the fairest mai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