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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명옥 Aug 22. 2023

풍경화 속의 오브제

카메라 두 대가 서 있다. 삼각대 위에 얹힌 카메라는 동해를 보고 있다. 7월의 해는 이미 돋아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데 카메라 렌즈가 숨은 해를 바라본다. 한 방향을 응시하는 사진작가가 입질을 기다리는 낚시꾼 같다. 파도에 발목을 적시며 어싱하는 아침, 카메라를 멀리 두고 걸음을 멈춘다. 사진작가는 명작을 꿈꾸고 있다. 인적 드문 아침에 나타난 촌부를 그가 바라본다. 순간 내가 그의 사진 속 오브제가 된다. 작가는 내 풍경화의 오브제가 된다.


두 돌배기 손자는 이불귀의 방울을 만지면서 잠든다. 어느 날 내 옷에서 방울단추를 찾아낸다. 담뿍 안겨서 방울을 만지는 표정이 예술이다. 손자에게 가는 날은 방울단추가 있는 옷을 챙긴다. 내 어머니는 10년도 더 쓴 타월 하나를 버리지 못한다. 작고 폭신한 새 수건을 사드려도 털이 다 빠진 낡은 그 수건을 버리지 않는다. 몰래 숨기고 버리기를 반복하면 언성을 높이신다. "이 수건이 좋거든."


어머니는 유일무이한 삶을 그린다.  어떤 오브제를 그리는지, 누구를 더 크게 그리는지 궁금하다. 어머니 당신을, 그리고 어머니의 풍경화를 간섭할 일이 아니다. 말없이 방울단추 옷을 챙기듯 시선을 놓지 않고 지켜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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