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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명옥 Aug 22. 2023

老동지 팥죽

"저녁에 팥죽 먹으러 오너라." 미수의 어머니가 동지 팥죽을 쑨다. 저녁에? 올해는 老동지인가 보다. 굴전과 너비아니 장 보러 마트에 가니 굴이 없다. 어촌 마트에 굴도, 생물 생선도 없다. 세네갈 갈치랑 냉동 생선이 밉상스럽게 누워있다.

어머니와 찹쌀 새알심을 빚는다. 나이만큼 먹으려면 백 알이 넘지만 흉내만 낸다. 팥은 껍질을 체에 걸러내지 않고 통째 믹서기로 갈아 쓴다. 어머니는 볶닥볶닥 팥죽을 저으시고 나는 지지지 고기를 덖는다.

어머니가 붉은 죽을 먼저 한 그릇 담으신다. 대문 앞과 담벼락 위에 뿌리겠지. 작은설이라고 새해 달력을 챙겨주신다. 올해도 숫자만 큼직한 달력이다. 오늘이 음력 11월 29일이니 老동지 맞네. 내년은 애동지이다.

여섯 시에 팥죽을 먹고 열 시에 기어이 냉장고를 연다. 망설이다가 치즈떡볼 열 알을 꺼낸다. 한 시까지 TV 트롯경연을 보려고 열 시에 떡을 먹는다. 치즈를 넣은 쌀떡이 고소하다. 올해는 어머니의 동지 팥죽에다 야식까지 먹는다. 내년에 식복이 터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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